트럼프 "나토 탈퇴" 최고수위 경고…77년 서방동맹 '벼랑 끝'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탈퇴할 뻔…칭찬 세례로 겨우 막아
미국법 무시하고 탈퇴 강행할 수도…나토 수장 급히 미국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로고 앞에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형이 놓여 있다. (자료사진) 2025.4.23 ⓒ 로이터=뉴스1

(서울·런던=뉴스1) 김지완 기자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강력히 검토하겠다는 최고 수위의 경고를 하면서 나토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나토가 이란 전쟁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탈퇴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나토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종이호랑이라는 점을 항상 알았다. 푸틴(러시아 대통령)도 그 점을 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작전 참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내가 강하게 말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봐'라고 했고 엄청 강요하지도 않았다"며 "자동으로 (개입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란 전쟁 이후 나토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나토 탈퇴 연설까지 준비했다 취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2월 3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런던의 미국 대사관저인 윈필드 하우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를 위협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나토를 "종이호랑이"라고 불렀고 미국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024년 대선 유세에서는 러시아에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들을 공격할 것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은 회고록에서 "우리는 트럼프가 자신의 위협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를 목격했다"고 썼다. 당시 백악관은 나토 탈퇴를 발표하는 연설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압박한 공로를 칭찬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칭찬을 즉시 인정했고 탈퇴 연설을 하지 않았다.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거의 나토를 탈퇴할 뻔했다"고 전했다.

美 탈퇴시 나토 약화 불가피…법 무시하고 강행할 수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2. ⓒ 뉴스1 ⓒ 로이터=뉴스1

마르크 뤼터 현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미국의 나토 잔류를 잘 설득하고, 특히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움직임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35년까지 국방 및 관련 투자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지출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지나치게 아첨했다는 비판도 받았고,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해 일부 나토 회원국의 반발을 샀다.

미국이 나토를 탈퇴하면 나토 동맹은 크게 약해지고 러시아 등의 위협에 더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전체 나토 국방비 지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의 존재는 나토에 필수적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23년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나 별도 법안 통과 없이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나토에서 탈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탈퇴 선언을 강행할 수 있다. 이 경우 나토 탈퇴 문제는 법정으로 가게 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 경우 나토 탈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져 이의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입증하는 것이 난관이라고 전했다. 미국 기업에 영향을 끼치는 관세 정책 등과 달리 나토 탈퇴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가 누군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뤼터 사무총장은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BBC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토 잔류가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달래기 위해 다시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