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세게 맞은 UAE, 이란시설 폐쇄·비자 취소…결별수준 강력조치

금융거래·인적교류 등 가까웠던 양국, 이란 보복공격에 파탄지경
"자산 동결 등 강력한 금융제재도 검토"…호르무즈 무력개방도 추진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드론 사고로 인한 화재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6.3.16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 공격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비자 취소와 시설 폐쇄를 포함한 광범위한 강경 조치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여러 이란 가족은 이날 WSJ에 수십 년 동안 UAE에 살고 있던 친척의 비자가 갑자기 취소됐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여행 중에 갑자기 비자가 취소돼 귀국할 수 없게 된 사람도 있었다.

앞서 UAE 정부는 UAE 건국 역사와 거의 맞먹는 유서 깊은 이란 병원을 비롯해 이란인 사교 클럽과 다수의 이란 학교를 폐쇄했다. 이번 주엔 이란 여권 소지자의 입국과 경유를 전면 금지했다.

UAE의 강경책에 따라 50만 명에 달하는 이란계 공동체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년 전 이란 게라쉬에서 두바이로 이주한 사이프 사베트는 이란 전쟁으로 올해 예정됐던 이란 방문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두바이 거주 이란인은 근래 해변을 걷다가 경찰관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구금했다가 심문 후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UAE를 비판하면 추방당할까 봐 두렵고, 이란을 비난하면 이란 정부가 가족을 추적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이란과 UAE는 수 세기 동안 깊은 유대를 맺어왔다. 이란인은 19세기 상인들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걸쳐 UAE로 대거 이주했다.

이란 동향을 추적하는 분석가와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UAE는 이란의 세계 경제 연결 고리 중 가장 중요한 곳이다.

수년 동안 서방 제재를 피해 안전한 피난처를 찾는 이란에 금융 중심지 역할을 했고, 이란 자금은 UAE의 상업 중심지인 두바이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직후 UAE를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퍼붓자 양국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란은 이스라엘보다 훨씬 더 많은 2500발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UAE에 발사해 두바이의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와 부르즈 알 아랍 호텔, 공항 같은 주요 목표물이 피해를 입었다.

WSJ은 UAE가 이란과의 군사적 대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무력을 이용해서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데 참여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UAE가 개입할 경우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은 페르시아만 국가 중 최초로 전투국이 된다.

나아가 UAE는 이란 자산 동결을 비롯한 더욱 강력한 금융 제재를 검토 중이다. UAE의 이란 거주자 정책 변화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주 "이란에 대한 모든 압박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UAE 출신 사업가이자 작가인 미샬 알 게르가위는 "이번 전쟁은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란 정권과의 어떤 형태의 공존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생겼다. 이란은 관용적인 이웃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