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美대사관 연료 수입 요청 거부…"파렴치한 행위"
美 베네수 공습 후 쿠바 에너지 공급 중단…대사관도 타격
대사관, 필수 인력 제외한 직원 철수 지시 가능성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쿠바 정부가 미국 대사관의 발전기용 디젤 연료 수입 요청을 거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외교 전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이 지난 18일 국무부에 보낸 외교 전문에 따르면, 대사관은 쿠바 정부에 미국에서 연료 컨테이너 2개 분량에 대한 수입 허가를 요청했다.
쿠바 외무부는 초기에는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17일 화물이 마리엘 항에 도착하자 요청이 거부됐다고 통보했다.
쿠바 외무부는 대사관에 보낸 외교 문서에서 "미국의 연료 봉쇄가 쿠바 경제와 국민 복지, 생활 수준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자국민에게 허용하지 않는 자원을 외교 공관이 특권처럼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로 본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국무부에 쿠바 외무부의 연료 수입 요청 거부로 인해 5월 또는 그보다 더 빨리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철수를 지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및 압송한 후 쿠바는 핵심 공급처였던 베네수엘라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중단됐고, 이에 따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식수 등 기본 서비스 등이 중단됐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최근 3개월 동안 원유를 전혀 수입하지 못했다며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 일부 지역은 한 번에 30시간 넘게 정전이 발생하고, 전력 부족으로 수만 명이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도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앞선 외교 전문에 따르면, 대사관은 이미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운영해 왔으며 일부 숙소에서는 발전기 사용을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해 왔다. 또한 숙소에는 배터리 팩, 태양광 패널, 위성 전화가 지급됐다.
한 소식통은 미 대사관 직원들은 연료 절약을 위해 공동 숙소에 모여 생활하고 있고, 원격 근무도 점점 늘리고 있으며, 쿠바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연료를 확보할 수 없고, 연료가 없으면 대사관은 곧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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