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스전 폭격 몰랐다" 트럼프의 거짓말이 말해주는 것들
"이스라엘, 트럼프와 사전 조율 확실시"에도…SNS서 부인 후 애매한 언급 지속
알았다면 보복받은 걸프국 '배신감'에 유가충격 책임론…몰랐다면 '무능' 부각 우려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스라엘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공습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매체들이 하나 같이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반대 정황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습 직후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공격을 사전에 인지했으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이를 지지했다고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은 로이터통신에 해당 공습이 미국과 조율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중도 성향 신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이번 공격이 사전에 미국과 조율됐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합의된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우파 성향의 하욤은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이란 해안 도시 아살루예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 페르시아만 3개국 지도자들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살루예는 사우스파르스에서 나온 가스를 정제하는 시설이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은 이란이 카타르와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는 계기가 되면서,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가장 큰 수준의 확전으로 평가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일 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은 이번 특정 공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에는 복합적인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공습으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이를 이스라엘의 독단적 책임으로 돌려 민심 이반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고유가는 치명적인 악재이다.
또한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스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핵심 우방인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했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미리 알았다고 인정하면, 우방국을 보호하지 못했다거나 공격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디언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이스라엘의 행보와 핵심 인프라 공격은 미국의 우방국들 사이에서 "워싱턴의 외교 정책이 네타냐후 정부에 의해 납치당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미 행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애초에 이 전쟁에 끌려 들어간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의 전쟁이 아니며,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을 시나리오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은 에너지 시설이 파괴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트럼프는 "나도 몰랐던 일"이라고 피함으로써, 이들과의 외교적 균열을 최소화하고, 이후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시간이 갈수록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사전에 알았다는 것인지, 몰랐다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말들이 섞어서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는 19일 백악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선 해당 공습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또는 승인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네타냐후와 언제 통화했는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한 통제력을 과시했다.
이어 "우리는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각자 독립적으로 행동하지만 관계는 매우 좋고, 전반적으로는 조율돼 있다"며 "다만 가끔 그가 어떤 행동을 하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래서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다수 외신은 트럼프가 "몰랐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봤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입장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와 사전에 해당 공격에 대해 논의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할 만큼 트럼프의 발언은 모호했다.
이는 트럼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드러내는 전략적 모호성일 수도 있다. 유가 충격 등 정치적 책임을 지기 싫어 "몰랐다"고 말은 던졌지만, 자칫 네타냐후를 통제 못하는 무능한 리더로 비치는 것도 싫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또 다른 책임론을 부르기 십상이다.
아울러 이번 이란 가스전 공습은, 주요 당사국 간 전략과 전쟁 목표 조율에 균열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BBC는 트럼프의 SNS 표현에 주목했다. 매체는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분노에 휩싸여 가스전을 격렬하게 공격했다'고 했다"며 "이는 보통 이란의 과격한 보복 행동을 설명할 때 쓰이는 표현으로, 긴밀한 동맹국의 치밀한 군사 작전을 묘사할 때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신중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일까"라며 트럼프가 우회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에게 "그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 전쟁의 최종 결정권자는 네타냐후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두 정상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라엘 단독 행동"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강한 리더' 자존심을 세워주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미국을 이번 전쟁에 유도했다는 비판을 차단하려는 외교적 화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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