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은 대전란으로 번질 수 있다[최종일의 월드 뷰]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정유저장소에 화재가 발행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2026.03.08 ⓒAFP=뉴스1
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정유저장소에 화재가 발행해 화염이 치솟고 있다. 2026.03.08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3주째 이어지며 중동발(發) 지정학적 격랑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상업주의적 안보관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및 관련국에 지원을 압박하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각국의 냉혹한 전략적 계산은 전쟁의 극단적 악화를 저지하는 억지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분쟁이 장기화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수록,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틀을 넘어 통제 불능의 대전란으로 확산할 위험을 내포한다. 한순간의 계산 착오 하나가 중동을 넘어 전 지구적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수십 년간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었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현재 상황을 '최악의 악몽'으로 규정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자국 영토를 공격 기지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지역 내 미군 자산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민간 기반 시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사우디의 '비전 2030'이나 UAE의 경제 허브 전략은 평화와 안전을 전제로 한다. 전쟁에 휘말리는 순간, 수조 원을 들여 구축한 신도시와 에너지 인프라는 이란 미사일의 1순위 타격 목표가 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매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경제 모델을 파괴할 참전'이냐 '굴욕을 감수한 방어'냐는 절박한 갈림길에 서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의 촉발 배경은 흥미롭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 말, 미국이 이란 공격에 나선 데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장기간 로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더 강력한 군사력을 축적하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사우디 측의 논리가 트럼프 행정부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갈등의 골은 깊다. 그래서 사우디와 UAE가 참전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 전쟁은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 맹주 간의 전면적인 '종파 대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 2023년 중국 중재로 정상화된 사우디-이란 국교 이후 잠잠했던 종파 갈등에 다시 불이 붙는 셈이다.

ⓒ 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여기에 핵 문제까지 얽히면 지역 안정성은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미국 동맹인 카타르가 피격됐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방관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불신이 커지자, 사우디는 핵보유국 파키스탄과 '전략적 상호방위협정(SMDA)'을 전격 체결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파키스탄의 사정은 복잡하다. 이란과 900km 국경을 맞댄 상황에서 참전할 경우, 내부 분리주의 세력인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의 테러와 수니·시아파 간 종파 갈등이 폭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사실상 전쟁 상태인 점도 변수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막대한 재정 지원을 무기로 파키스탄의 참전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에 동맹국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그는 한국,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 항로 보호를 위한 군함 파견을 촉구했다. 동맹국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하고, 안보를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트럼프의 사고방식이 여실히 보여지는 대목이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군함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한미 간 긴밀하게 소통하며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군함 파견 자체가 참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유럽 역시 영국은 '제한적 지원'에 머물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등 군사적 신중론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버티기 전략'을 펴고 있는 이란은 '미국을 돕는 국가는 이란의 적'이라는 논리를 적용해 중동 전체를 전쟁터로 확대하려 하고 있어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갈 수 있다.

이란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은 직접 참전 대신 실리적인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정찰 위성 데이터를 공유하며 이란의 '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의 자원이 중동에서 소모될수록 우크라이나 전선이 유리해진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중국은 이란에 위성 항법 등 기술 데이터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무너지고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 중동 전체가 미국의 완벽한 통제 아래 들어간다. 이는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전체 에너지 수입 가운데 중동 의존도는 약 50%다. 이란의 붕괴가 감지되면 행동반경이 커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 이번 충돌은 지역 분쟁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슬람 종파 갈등과 핵 문제 그리고 에너지와 군사, 외교,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해진다면 이 충돌이 세계적 차원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란 정부의 완전한 붕괴가 반드시 해답이 될 수도 없다. 이란 내 권력 공백은 소수민족의 무장 투쟁과 내전을 불러와 시리아 사태를 압도하는 인도적 재앙과 난민 사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통제 불능 상태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질 해적 활동과 테러는 글로벌 공급망을 무너뜨리는 지정학적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가 냉정한 전략적 판단과 외교적 협력을 통해 '질서 있는 종전'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