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봉쇄에 러 원유 제재 완화…푸틴·이란 웃는다(상보)

러시아산 원유 1억2800만 배럴 30일간 판매 허용
민주당 "푸틴 전쟁 자금 불린다"…그림자 선단 속한 이란도 이득

러시아 북부 나딤에서 250km 떨어진 곳에 지어진 가스프롬 원유 시설. <자료사진>ⓒ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지만, 러시아는 물론 이란까지 유리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폭등해 어쩔 수 없이 내민 카드지만 미국의 자충수라는 주장이다.

미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밤 일반 면허를 발급해, 제재로 묶여 있던 러시아산 원유 약 1억2800만 배럴의 판매를 30일간 허용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현재 해상에 묶여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각국이 구매할 수 있도록 임시 허가를 내렸다”며 “단기적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러시아는 하루 약 1억5000만 달러의 추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에 민주당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앞서 이달 초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인도에만 제한적으로 판매를 허용한 것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 새로운 판매 허가는 훨씬 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전 세계 어디든 러시아 원유 판매가 허용된다.

앞서 6일 이미 여러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에 자초한 세계 에너지 충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부유하게 만들고 그의 전쟁 자금을 불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역시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 관여하고 있어 이번 완화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의 승리 선언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 상태다. 이란은 기뢰를 설치하고 추가 공격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조선 호위함은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값싼 이란제 드론은 미국의 대규모 군사력에도 유조선과 에너지 시설에 지속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전쟁이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사상 최대 규모로 방출했다. 미국은 1억7200만 배럴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하던 물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발표 이후에도 국제 유가는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고 일부 주에서 디젤(경유) 가격은 1달러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해협이 차단된 상황에서 유가 급등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면서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 혼란과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