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등 16개국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상호관세 대체 수순(종합)
中·日·유럽연합·대만·인도 등 주요국 포함…"대미흑자·생산과잉 중심 조사"
USTR "150일 내 마무리 목표…기존 협정 유효하나 조사 후 추가 조치 가능"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16개 경제주체의 '과잉 생산'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파악하기 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발동하면서, 기존 상호관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및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하는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1일(현지시간) 16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한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관보에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EU, 일본, 멕시코,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인도 등 총 16개 경제권이 포함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조사는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관련된 특정 경제권의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과잉 생산과 연계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우리는 주요 교역 상대국이 국내 및 글로벌 수요와 맞지 않는 수준의 생산 능력을 구축해 왔다고 판단한다"며 "이러한 과잉 생산은 과잉 공급과 지속적인 무역 흑자, 그리고 활용되지 않는 제조 생산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지속적인 무역 흑자나 대미 무역 흑자, 또는 실제 수요보다 과도하게 구축된 생산 능력 등 구조적 과잉 생산이 의심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어는 보조금 정책, 국영기업의 비상업적 활동, 낮은 임금 구조, 외국 제품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장벽, 환경·노동 보호 기준 미흡, 보조금 대출, 금융 억압, 환율 정책 등이 과잉 생산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USTR은 3월 17일부터 의견 제출을 받기 시작해 4월 15일까지 접수할 예정이며, 공개 청문회는 5월 5일 전후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종 공청회 이후 7일 동안 이해관계자들의 반박 의견 제출도 가능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 서비스 수수료 부과, 협상 요구 등 다양한 대응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단계는 단순히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라면서도 "서면 의견과 공청회 등을 거친 뒤 필요할 경우 대응 조치가 제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 새롭게 무역법 122조에 따라 부과하기 시작한 '글로벌 관세' 지속 기한인 150일 전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마치고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그리어 대표는 "우리는 150일이라는 기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 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22조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조사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미국 통상법 조항으로, 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미국 상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조사 절차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직접 개시할 수 있다.
'디지털서비스세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301조 조사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법률에 따라 교역 파트너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번 조사가 그들에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정책, 해산물과 쌀 시장 접근 문제, 해양 오염 등 환경 문제 등이 미국 산업계가 제기해 온 분야"라며 "이러한 문제들이 향후 추가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어는 '이미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도 이번 조사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협정은 그 자체로 유효하지만, 301조 조사가 진행될 경우 관세 부과 또는 기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절차가 마무리된 후 대응 조치를 제안하면, 해당 협정에서 약속된 사항들이 고려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리어는 '자동차, 철강 등 품목관세 부과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추가적인 조사도 예상되느냐'는 질문에는 "당장 몇 주 안에 새로운 232조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현 행정부 임기 동안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답했다.
'이번 301조 조사로 EU와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긴장의 일부는 EU가 무역협정에 따라 이행해야 할 사항을 거의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라고 지적했다.
EU 의회는 지난달 연방대법원 판결로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자 지난해 미국과 맺은 무역 협정을 존중한다는 미국의 보증이 필요하다며 무역 협정 비준 표결을 연기했다.
그리어는 "우리는 이미 EU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 조사가 진행될 것임을 알고 있다"며 "긴장의 정도는 우리가 조사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EU가 약속을 얼마나 이행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어 대표는 이날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 금지와 관련한 별도의 무역법 301조 조사도 추가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약 100년 동안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해 왔다"며 "약 10년 전 의회는 이 법을 강화했고, 다른 교역 파트너들도 유사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사는 특정 국가의 내부 상황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률이 다른 국가에도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며 약 60개국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60개국 명단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날 관보에 게재된 16개 경제주체와는 별개의 국가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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