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기준 설명한 백악관…트럼프 '승리 선언' 출구전략 모색

백악관 "이란 발표 없어도 美위협 제거가 곧 '무조건 항복'…4~6주보다 빨라"
유가충격·반전여론·공화 이탈 등 부담…"성급한 종전, 이란 상황 악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열흘째인 9일(현지 시간) "우리는 군사적 목표 달성을 향해 주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거의 완료됐다고 말한다. 2026.03.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승리 선언을 하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정교한 전략 없이 성급하게 발을 뺄 경우, 더 큰 지정학적 혼란이 발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랄 리조트의 연회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을 "짧은 외출(short-term excursion)"이라고 비유했다. 또 CBS와의 인터뷰에선 "전쟁은 거의 완전히 끝났다(very complete)"고 말했다.

의도한 대로 그의 발언은 급등했던 에너지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냈다.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거의 12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9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상품 시장이 마감된 뒤 "적이 완전히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우리는 아직 충분히 이기지 못했다"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다시 냈다.

AFP통신은 "트럼프는 전쟁이 언제 끝날 수 있는지, 전쟁의 목표가 무엇인지 계속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결국 그가 무엇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혼란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출구를 찾고 있다는 보다 분명한 신호가 이튿날 백악관에서 다시 나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쟁 종료 예상 시점에 대해 "군사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고 이란이 사실상 무조건 항복 상태에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라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무조건 항복'에 대해선 "이란이 직접 말하든 안 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전력이 제거되면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거나 이를 운반할 군사적 기반을 상실하게 되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항복' 개념을 설명했다.

AFP통신은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가 지금까지 전쟁 목표로 무조건 항복이나 사실상의 정권 교체, 걸프 유가 흐름 확보 등을 다양하게 제시했다면서 "승리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연기 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2026.03.05. ⓒ 로이터=뉴스1

레빗 대변인은 또 "모든 작전 목표 달성을 4~6주 정도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들이 수행되고 있다"고 밝혀, 이보다 앞서 전쟁을 끝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조기 출구전략을 찾는 배경은 전쟁에 대한 낮은 대중 지지율과 유가 폭등, 하원 내 공화당 세력 약화가 꼽히고 있다.

이날 USA투데이는 최소 36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은퇴하거나 불출마하며 의회를 떠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9일 직접 도럴 골프 클럽까지 달려가서 의원들을 독려해야 할 만큼 의회 상황이 절박하다고 전했다. 이탈 의원들은 선거구 재조정뿐 아니라 전쟁이 길어지면서 정치적 비용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테러 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 소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언급하며 "(트럼프는) 군사 작전에 대해 정치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군사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을 우선시할 것이란 지적이다.

클라크는 "트럼프가 앞으로 최대 2주간 강하게 밀고 나갈 것이지만, 상황이 너무 엉망이 되면 결국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승리를 선언한다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란은 이러한 선언을 트럼프가 먼저 물러선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가 '에픽 퓨리 작전'을 성공이라 부르기 위해 반드시 정권을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단기적인 경제적 불편함 때문에 지금 멈추는 것은 이란에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라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서둘러 끝낼 경우, 상황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일부 세력이 핵무기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중동 내 여러 민족 집단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은 승리를 선언하기 위해 이란 신정의 완전한 붕괴를 원하는 이스라엘 측과도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AFP는 이스라엘은 자신들만의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한적인 통제권만 가질 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트럼프가 처한 상황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미국이 전쟁을 지속하면 세계 경제 위기가 오고, 전쟁을 어설프게 끝내면 이란 정권은 살아남아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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