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충격에 美·서방 '비축유' 본격 검토…우크라전 후 4년만

G7 재무장관 회동…佛 "필요한 모든 조치 취할 준비 돼"
한때 배럴당 120달러 육박…조기 종전 기대에 급락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

3D 프린팅된 석유통과 이란 지도. 2026.3.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 비축류 활용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이날 비축유 방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IEA는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금수 조치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서방 및 동맹 경제권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32개 회원국의 석유 비축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고, 선박 1000척 이상이 발이 묶였다. 중동 산유국들은 이를 이유로 잇달아 감산에 돌입했다.

이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전날(8일) 한때 30% 정도 폭등,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는 등 국제 유가가 폭등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말하면서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쟁 전보다 약 40% 높은 수준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9.01달러(9.52%) 하락한 배럴당 85.75달러에,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0.13달러(0.15%) 내린 배럴당 88.8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공공 비축유 12억 배럴과 의무적인 상업 비축유 6억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걸프 지역 공급이 끊겼을 때 약 124일 동안 버틸 수 있는 규모다.

미국의 비축유 규모는 2월 말 기준 4억 1500만 배럴 수준으로, 2022년 초보다 약 30% 적은 수준이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공공·상업 비축을 합쳐 200일 이상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IEA는 총 5차례에 걸쳐 비축유를 방출했는데, 이 중 4번은 전쟁 때문이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막의 폭풍' 작전을 준비하면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당일 밤 비축유를 사상 처음으로 방출하도록 명령했고, IEA 회원국들도 이에 동참했다. 이 계획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미국의 공격 첫날 유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단기간에 2번 연속으로 비축유를 방출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석유·가스 분석가 크리스 휘턴은 "IEA가 과거에 실시한 비축유 방출의 대부분은 실제 부족이나 즉각적인 부족 위험에 대응하기보다는 공급 위험 인식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여전히 석유는 충분하다.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것"이라고 짚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