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러 대신 美 석유·가스 구입 요구 추진…정상회담 의제

베선트 美재무, 이달 중순 파리서 허리펑 부총리와 회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2026.1.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에 러시아 같은 미국의 적대국으로부터 석유 구매를 줄이는 방안을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이날 WSJ에 베선트 장관이 근래 며칠간 비공개 협의에서 중국이 적대국 석유 구매 대신 미국산 석유·가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에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양측이 합의한 1년 무역 휴전의 일환으로 미국 알래스카주로부터 석유·가스에 대한 대규모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 방중 계기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 회담을 위해 이달 중순쯤 파리에서 만난다.

여러 소식통은 베선트 장관이 파리에서 허 부총리에게 해당 에너지 문제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줄이라는 미국의 요구는 중국에 큰 부담이 된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전략적 동맹국이자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석유는 러시아산보다 훨씬 비싸다. 러시아산 석유를 끊으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흔들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놓인 일러스트. 2025.09.24 ⓒ 로이터=뉴스1

한 소식통은 베선트 장관이 중국에 이란산 석유 구매 감축을 요구하는 부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원유 수출 대부분이 중단됐다. 미국은 이란이 공급을 재개한 뒤로도 장기적으로 중국이 이란 원유 의존을 줄이길 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 외에 중국의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구매 확대, 각종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도 원하고 있다.

희토류 공급을 주도하는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다. 자동차부터 전투기까지 모든 제품에 희토류를 사용하는 미국 제조회사들은 타격을 입었다.

다만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년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무역 휴전 협정을 준수하는지 여부가 차기 회담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상당한 요구를 제시할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대만의 독립에 대해 미국이 보다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와 대중 수출제한 완화 요구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주변에 양국 정상 간 향후 1~2차례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중국과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한 고위 미국 관리는 이번 4월 정상회담이 논의의 시작이며 양국 정상 간의 관계 덕분에 올해 최대 4차례의 정상회담이 예측된다고 말했다.

변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다. 유가 급등은 어려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국무차관을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은 "중국은 최근 미국의 행동에 깊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현재로선 양국 관계 안정화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며 "이란 전쟁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게 되면 중국은 입장을 재고할 수 있다"고 평했다.

여러 명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이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WSJ은 덧붙였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