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에픽 퓨리'…70년 이란 악연 겨눴다[최종일의 월드 뷰]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8일 새벽, 이란에 대한 공습을 발표하며 이번 공격이 이란 정권의 "임박한(imminent) 위협"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군사작전임을 강조했다. 이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돌파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유엔 헌장은 무력 공격이 실제 발생한 경우에만 자위권을 인정한다. 상대가 더 강해지기 전에 미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 전쟁(preventative war)'은 일반적으로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고, 침략 행위로 간주된다. 이는 전쟁을 시작하도록 유인해 더 큰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임박한 위협"을 강조한 이유는 이번 작전을 예방적 자위(Anticipatory self-defence)나 선제 공격(Preemptive attack)의 법적 틀 안에 밀어 넣기 위해서다. 다수의 국가가 상대국의 공격이 발생하기 직전의 명백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대응하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실체는 모호하다. 트럼프는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곧 미국 본토에 도달할 것이라 주장했으나, 2025년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는 개발에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임박한 공격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6월의 '12일 전쟁'과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미 수년 뒤로 후퇴했다는 것이 트럼프 자신의 주장이었다. 이제 와서 군사 공격만이 불가피한 최후 수단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동 작전을 펼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번 작전이 "이란 정권이 제기한 존재론적 위협 제거"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란 지도부와 대리 세력이 가장 취약해진 시점을 노린 전략적 예방전쟁으로 해석된다.
한 국가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책임 논리 역시 이번 사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집단학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최근 시위 진압으로 1000명 이상 희생이 보고됐으나 단독 군사 개입의 국제적 명분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작전의 이면에는 정치적 셈법이 가득하다. 오는 10월 이전 총선을 치러야 하는 네타냐후에게 이번 전쟁은 정치적 입지 강화와 부패 재판 사면을 현실화할 기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파멸을 주장하고 역내 적대 세력을 후원해 왔다.
트럼프의 정치적 성취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유산을 남기려는 것이다. 군사 작전의 코드명 '에픽 퓨리(EPIC FURY)'에서 'EPIC(서사시)'은 단순히 작전 규모의 거대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70여년간 쌓아온 악연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식 '치욕 해소'의 선언에 가깝다.
미국과 이란 간 관계 균열은 1953년 미 중앙정보국(CIA) 주도의 '아작스 작전'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9년 인질 사태, 1980년대 민항기 격추 사건, 2015년 핵 합의(JCPOA)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탈퇴, 2020년 카셈 솔레이마니 사살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수십 년간 누적됐다. 이번 전쟁은 단기 도발에 대한 대응이 아닌, 축적된 불신과 트럼프의 정치적 결단이 결합한 폭발적 결과다. (☞ "트럼프는 지미 카터가 아니다"[최종일의 월드 뷰] - 뉴스1)
트럼프는 이란 국민에게 "자유의 시간이 왔다"며 봉기를 촉구했지만,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은 통합된 지도부가 없다. 역사적으로 외세 간섭을 거부해 온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오히려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반미 정서를 강화할 위험이 크다.
트럼프는 전후 이란의 미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과 무아마르 카다피의 몰락 이후 이라크와 리비아의 혼란은 중요한 경고를 남겼다. 공군력만으로 정권을 전복하고 친선 정부를 세운 사례도 역사에 없다. 만약 이번 도박이 지역 전역으로 대규모 전쟁으로 확산한다면,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던 그의 약속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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