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트럼프 초상화에 붙을 설명…'관세'는 빛날까

류정민 특파원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이 열린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미국인들의 반응을 살펴보던 중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관련 기사였다.

제임스 밀워드라는 조지타운대 역사학과 교수가 워싱턴DC 중심부에 있는 초상화미술관에서 '사라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설명 문구를 나눠주다 제지당했다는 내용이다. 경비 인력이 투입되면서 해당 전시 공간이 일시적으로 통제까지 됐었다고 한다.

마침 이달 16일, 미국 연방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을 맞아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이와 함께 갔던 곳이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 트럼프(1기)까지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전시된 미술관이다.

미술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 촬영한 사진도 걸려 있었다. 관례상 현직은 사진을 걸고, 퇴임 후 완성한 초상화로 교체한다고 한다.

사진 설명은 간결했다. 45대, 47대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표식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풀네임과 출생 연도, 임기, 인화 방식, 촬영 장소, 그리고 촬영자인 백악관 공식 사진사 다니엘 토록의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이에 반해 아직 완성 전인 초상화를 대신해 전시돼 있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해 전쟁을 종식했지만, 혼란스럽고 인명 피해가 잦은 철수 과정으로 비판받았다는 등의 임기 내 주요 성과와 과오와 관련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초상화 아래에는 백악관 인턴과의 성관계 의혹을 부인하며 탄핵 위기에 몰렸다는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도 무시하고 '불공평하게 대우받았다'며 청구서를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이었기에, 미술관 설명 문구가 다른 대통령과 다른 정도야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지경이 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내에서는 이를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듯하다.

트럼프는 지난해 3월 '박물관은 이념적 서술이 아니라 통합적·긍정적 미국사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이를 토대로 국립초상화미술관을 포함해 스미스소니언의 8개 박물관·미술관을 대상으로 전시 설명, 웹 콘텐츠, 내부 지침을 제출하라고도 요구했다.

결국 올해 1월 국립초상화미술관은 트럼프의 집권 2기 때 모습을 담은 새 사진을 걸면서 그가 집권 1기 때 권력 남용과 반란 선동 혐의로 두 차례 탄핵 소추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설명문을 통째로 들어냈다.

대통령의 평가는 대개 사후적이라는 점, 스미스소니언 측이 당대 정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을 것이란 점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집권 2기 때 평가를 더해 후일 내용을 수정하더라도, 첫 임기를 바탕으로 한 평가 자체를 없애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러한 논쟁은 전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과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관세를 앞세워 경제를 되살리고,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고 자평했다.

분명한 것은, 언젠가 그의 초상화 옆에 붙여질 그 설명문이 단지 그 자신의 바람 그대로 작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시 설명문은 역사학자와 큐레이터들이 연구와 검증을 거쳐 작성하는 기록이다. 후일 그의 초상화 옆에 남겨질 라벨의 설명문은 일방적인 찬사도, 가혹한 비판 일색도 아닌 중간 어느 지점을 선택한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관세'라는 단어는 어떤 식으로 서술될까.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232조, 301조 관세를 앞세워 미국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고 남을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박물관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2025년 집권 2기 첫해인 2025년 백악관 전속 사진사 다니엘 토록이 촬영했다.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