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혹한 조치" 경고한 트럼프…대형 배터리·철제·전력장비 겨누나
CNN "신념·권력스타일 때문에 관세 포기 불가"…WSJ "품목관세 확대 검토"
판결 무관한 122조 관세 15% 및 301조·232조 동원 태세…"수개월내 새 관세"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제동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관세에 대한 신념과 거래·힘 중심의 권력 스타일 때문에 다른 법률을 더욱 적극 활용해 더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라는 큰 무기가 사라졌음에도 "더 가혹한 조치"를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는 관세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음주의자처럼 관세를 열렬히 신봉한다"며 그의 관세 고수는 신념에 가까운 확신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부터 보호무역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로 미국 제조업이 쇠퇴한 현실을 자유무역의 실패로 해석하며 이를 관세 인상의 근거로 삼고 있다.
관세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관세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난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해 동안 관세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CNN은 또 "관세가 그의 궁극적인 목표인 제한 없는 대통령 권한 행사와, 권력을 분산하도록 설계된 헌법 체제에 대한 거부를 실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관세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를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도 왜 의회와 협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며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국제관계를 힘의 거래로 보는 직설적 세계관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라는 협상 수단을 제한하는 것은 "경쟁국에 대한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하자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 직후 1974년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하루 만에 이를 15%로 인상했다.
다만 이 조치는 150일 이상 유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여론조사에서 관세 정책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이 이를 쉽게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5개월간의 시간을 번 뒤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 관행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등으로 '플랜 B' 관세 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법률은 지난주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22조에 따른 15% 관세는 232조와 301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5개월간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5개월 뒤에는 122조 조치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관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트루스소셜에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며 수개월 내 새로운 합법적 관세를 결정·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철강·알루미늄·구리·자동차 등에 품목관세를 부과하는 데 활용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응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관세 확대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토 대상에는 대형 배터리, 주철 및 철 피팅, 플라스틱 파이프, 산업용 화학제품, 전력망·통신 장비 등이 포함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상무장관의 조사와 권고를 바탕으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국가안보'의 정의가 비교적 포괄적이어서 행정부의 해석 재량이 넓고, 관세율 상한도 없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 법안으로 꼽히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근거로 새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는 대공황을 악화시킨 법으로 악명이 높아 정치적 부담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어떤 국가든 터무니없는 대법원 판결로 장난을 치려(play games) 한다면, 특히 수년간, 심지어 수십 년간 미국을 '갈취해 온' 국가들은 최근 합의한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와 더 가혹한 조치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식의 강경 행보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많은 공화당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수정하기를 바라고 있고 민주당은 이미 소송을 준비하는 등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NN은 "트럼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변하려면 권력, 대통령직,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믿음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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