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핵협상 나선 미국·이란…불신·조건 차이로 전망 불투명
트럼프, 추가 항공모함 배치하며 군사 압박 고조…이란 맞대응 시사
우라늄 농축·탄도미사일 등에서 이견…협상 결렬은 양국 모두 부담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JCPOA) 탈퇴한 지 8년 만에 미국과 이란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긴장이 고조된 중동 정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뿌리 깊은 불신과 큰 요구 조건 차이로 인해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일 오만에서 간접적으로 핵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지 8개월 만이다. 양측 모두 협상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채 추가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이란을 위협하고 있고, 이스라엘까지 이란에 대한 압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추가 협상 전망이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란이 한 달 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을 배치한 데 이어 추가 항공모함까지 배하며 군사적 압박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이 곧 중동으로 출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도 현재로선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뜻이 없는 듯 보인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미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중동 내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요구 조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제재 완화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중동 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농축 중단은 수용할 수 없고, 미사일 개발 중단 등은 레드라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중단, 탄도미사일 제한, 대리 세력 지원 중단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 외에도 미국에 대한 이란의 뿌리 깊은 불신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인 지난 2018년 국제사회가 이란이 핵 합의를 이행 중이라고 평가했음에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이에 이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핵 합의를 무효로 돌릴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이란이 협상에서 물러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지난해 말 반(反)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까지 터지면서 지도부에 비난 여론이 높은 데다 미국이 앞서 핵 시설 때와 같은 군사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 및 압송한 상황에서 이란도 미국과의 완전한 협상 결렬과 소통 채널 단절은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에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금씩 유연한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단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단기적으로 바라보고 협상에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결할 경우 60% 농축 우라늄을 희석할 수 있다고 말하며 유연성을 보인 바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도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미국과의 회담 범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에 대해 "이란이 미국의 군사 행동을 늦추고 핵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자국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회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수용할지 여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 중단, 탄도 미사일 제한, 대리 세력 지원 중단이 핵 합의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을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 높은 물가와 연방 요원들의 총격 사고 등 국내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 있어 이란과의 핵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해 외교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우라늄 농축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면서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 할 수 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명확하게 설정된 범위 내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용인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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