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생산하면 인간은 뭐할까…‘쓸모없는 계층’의 시대
생산성은 도악하나 소비 기반 무너져…기본소득 필요성 대두
머스크 "일은 필요 아닌 선택"…그레이버 "가짜 직업 벗어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공지능(AI)이 세계 경제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투자 거품 논란이 이어지지만, 실제로는 곳곳에서 해고가 발생하며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생산성의 도약이 소비 주체의 소멸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임금이 사라지고 노동이 축출되면, 생산은 늘어나도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경제가 스스로 붕괴하는 역설이 나타난다. 따라서 AI 거품의 붕괴보다 더 심각한 위협은, 소비자 경제의 기반이 무너지고 보편적 기본소득(UBI)이 불가피한 선택지로 떠오르는 현실이다.
비트코인과 은 가격 폭락,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 등으로 미국은 당장의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그 침체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모든 부문에 걸쳐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미국의 생산성 수준에 질적인 도약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가 운영하는 블로그인 더 넥스트 리세션(The Next Recession)에 올라온 글 'AI 그리고 창조적 파괴(AI and Creative Destruction)'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교 경제학자인 에릭 브린욜프슨은 AI가 주도하는 경제가 이른바 ‘J자 곡선’을 따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기업들이 기술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생산성에 미미하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 보상이 현실화하면 급격한 생산성 상승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본격적인 호황이 온다.
하지만 생산성의 어떤 도약도 노동의 축출을 통해서 실현될 수 있는 게 문제다. AI의 강력한 생산성이 미국 언론계에 들이닥쳐 149년 전통의 워싱턴포스트(WP)가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하는 초유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I가 거품이냐 아니냐는 그에 투입하는 자본 대비 거품이냐 아니냐의 문제였을 뿐 AI의 생산성 향상과 그에 따른 해고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영향에는 또 다른 측면이 존재해 왔다. 기술 변화는 역사 전반에 걸쳐 고용 증가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오늘날 미국 노동자의 약 60%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1840년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기계화가 일자리를 없앤다고 주장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도 보았다.
그렇다면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MSN 머니 섹션에 올라온 '일론 머스크는 AI가 월급을 끝내고 현금을 무용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머스크는 기계가 엄청난 풍요를 창출하여 빈곤이 없어지고 사람들은 오늘날처럼 일하지 않고도 일종의 보편적 고소득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핵심 주장은 일이 경제적 필요에서 개인적 선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AI가 우리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말하며, 공장 노동부터 사무직 분석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할이 기계에 의해 처리될 미래를 묘사했다.
정부 정책 및 과제 등을 다루는 온라인 정보분석 플랫폼 거브팩츠(govFacts.org)에 실린 'AI 시대에 보편적 기본 소득이 어떻게 의미있는가'라는 글에 따르면 이런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이른바 보편적 기본 소득(UBI)이다. 역사가 유발 하라리는 "쓸모없는 계층(useless class)"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실업자가 아니라 알고리즘(AI나 자동화시스템 의미)을 능가할 경제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고용할 수 없는 인구 집단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UBI는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 경제의 붕괴를 방지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UBI를 적극 옹호하면서 UBI가 노동세가 아닌 AI 회사의 "컴퓨팅"과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개소리 직업'(Bullshit Jobs) 이론은 다른 각도를 제공한다. 그레이버는 현대 고용의 대부분이 이미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으며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만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UBI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여 AI가 경제를 완전히 자동화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인간이 "가짜" 작업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각국 정부나 단체들은 이것이 곧 닥칠 미래라고 보고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하거나 모델을 만들어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비영리단체 보이스포체인지파운데이션은 2032년까지 성인 1인당 월 1500달러, 아동 1인당 월 500달러(2025년 달러 기준)의 생활임금 하한선을 마련하고, 이를 생활비에 맞춰 연동함으로써 모든 미국인이 AI 주도 경제 속에서 존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AI가 생산을 장악하는 시대, 인간의 역할은 더 이상 경제적 노동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존엄을 지켜내는 것이 된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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