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고작 8주, 체력 검정은 미달…ICE 졸속 채용, 예고된 민간인 참사

채용 할당량 채우려 연령 제한 없애…인사 검증도 허술
"불법 이민자 추방하자" 홍보물, 정치적 극단주의자 유혹

5일(현지시간)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경계하며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2026.02.05.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우리가 왜 미니애폴리스에 왔는지 아는 사람?"

"모르겠습니다.""혹시 군대인가요?"

"자, 다시 정리해 보죠. 우리가 오늘 뭘 배웠습니까?"

"통제 안 되는 인간들을 제대로 훈련도 안 시키고 냅다 총부터 쥐여 줬으면, 애초에 작정하고 사고 치라고 풀어 준 게 아닐까요?"

지난달 31일 방영된 NBC의 인기 심야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한 장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보호 및 이민 단속 총책임자 '국경 차르' 톰 호먼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재교육하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트럼프 행정부와 ICE의 무능함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불과 반년 사이 대규모로 충원된 ICE 요원들의 자격과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두고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여 준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메트로 서지 작전'으로 명명된 미니애폴리스 이민 단속 작전 과정에서 르네 니콜 굿(37)과 알렉스 프레티(37) 등 미국 시민 2명이 연방 요원들의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이민 단속 과정에서의 잇따른 인명 사고의 원인은 졸속 채용과 부실한 관리 탓도 크다는 것이다.

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요원들이 알렉스 프레티를 체포하려 시도하는 모습. (The News Movement 제공) 2026.01.13. ⓒ 로이터=뉴스1
ICE 요원, 반년 만에 1만→2만 2000명으로…미 전역 지원서만 22만건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1월 3일 기준 ICE의 추가 신규 채용 인원은 1만 2000명 이상으로, 요원 수는 종전 1만 명에서 2만 2000명 이상으로 약 120% 증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서명하면서 ICE에 2029년까지 약 750억 달러(약 110조 원)의 예산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CE는 연방수사국(FBI)을 제치고 향후 4년간 연방 정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경찰 조직이 됐다.

채용 캠페인이 진행된 4개월 동안 접수된 지원서 수만 22만 건 이상으로 집계될 정도로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연방재난관리청 직원 일부가 지원자 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ICE에 파견될 정도였다.

학자금 대출 탕감, 파격적인 초과 근무 수당, 최대 5만 달러(약 7300만 원)의 계약 보너스 등 요원들에게 제공되는 푸짐한 인센티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채용 박람회는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훌루,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 등에서도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이때 미 연방 정부를 의인화한 캐릭터 '엉클 샘'과 FPS 게임 '헤일로' 등, 채용 대상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와 콘텐츠를 적극 활용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살해된 르네 니콜 굿을 기리는 낙서가 적혀 있다. 2026.02.03. ⓒ 로이터=뉴스1
교육 프로그램 절반 '뚝' 졸속 채용…검증은 엉망, 기준 미달자 속출

문제는 단기간에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면서 절차가 졸속으로 이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ICE는 채용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연령 제한을 없앴다. 또 현장 사무소 근무, 연방 법 집행 훈련 센터(FLETC)에서의 훈련 참석 등 교육 프로그램 기간을 절반인 47일로 줄였다.

그럼에도 일부 훈련생들은 신원 조사, 학력 요건에서 미달했다. 또 윗몸일으키기 32회, 팔굽혀펴기 15회와 같은 간단한 체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중도 포기자가 속출했다.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마약단속국(DEA)의 정보원이 조건부로 채용 제안을 받았으나 DEA가 이를 알아채고 ICE에 연락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총기 관련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훈련소에 도착했다가 이 사실이 드러나자 복귀되는 일도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ICE 고위 관리들에게 "신규 인력의 배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불평하며 빠른 채용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ICE 정책 책임자였던 스콧 슈차트는 당시 CNN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너무 빨리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미 국토안보부 인스타그램>
"졸속 절차에 부적합한 인물 채용" 반복…'극단주의' 캠페인이 부채질

이번의 요원 졸속 채용 논란과 그 여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국경 순찰대 확대 과정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ICE 국장 대행을 지낸 존 샌드웨그는 PBS에 "국경 순찰대를 서둘러 채용했을 때, 법 집행 요원으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들을 채용하게 됐다"며 "그들은 너무 빨리, 그리고 부당한 수준의 무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프레티가 사망했을 당시 촬영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프레티를 제압한 요원들이 그의 허리춤에서 총을 뺀 뒤 1초도 되지 않아 10여발의 총이 발사됐는데, 당시 요원들이 제대로 의사소통하지 못하고 총성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기에 채용 캠페인의 내용이 정치적 극단주의에 치우쳐 있어, 잘못된 동기를 지닌 지원자들을 대거 끌어들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국토안보부는 X(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임 '헤일로'를 언급한 밈을 올리며 "플러드를 파괴하라"(Destroy the Flood)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플러드는 게임에 등장하는 곤충 기생체 형태의 적으로, 이민 단속을 게임 속의 '사냥'에 비유한 것이다.

여기에 "너의 절친들과 함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싶나"라는 문구가 채용 홍보 이미지에 사용됐다.

세계 증오 및 극단주의 센터의 공동 설립자인 웬디 비아는 "국토안보부는 극단주의를 정상화할 뿐만 아니라, 국가를 수호하는 사람이라는 것의 의미까지 왜곡하고 있다"며 "우리와 함께하면 지금과는 다른 미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규 인력을 위한 채용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