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부인 "엡스타인이 속였다…과거 모른 채 어울린 건 실수"
"2015년 '과학에 관심 많은 자선가'로 소개…범죄 전력 몰라"
"엡스타인 향한 촘스키 조언, 맥락 살펴야…조작된 서사 선의로 믿어"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세계적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97)와 2014년 재혼한 발레리아 여사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자신들을 속였다면서도 그의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친분을 쌓은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발레리아 여사는 성명을 내고 "그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은 것은 부주의했다. 이는 중대한 실수였고, 이러한 판단 착오에 대해 우리 부부를 사과한다"고 밝혔다.
촘스키와 엡스타인은 2015년 소개를 통해 알게 됐는데, 그의 과거 범죄 행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단지 '과학에 관심을 가진 자선가'로만 소개받았다는 설명이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촘스키는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인사로, 2008년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이후에도 그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저명인사 중 한 명이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엡스타인의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사진 68장 중 그가 엡스타인과 전용기에 함께 탄 사진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미 법무부가 추가로 공개한 문서에는 엡스타인이 2019년 성매매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촘스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이메일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촘스키는 '노엄'이라는 서명이 담긴 답변에 "언론과 대중이 당신을 끔찍하게 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통스럽게 말해야겠지만, 내가 보기엔 최선의 방법은 이를 무시하는 것이다"라고 적었고, 엡스타인은 이를 한 지인과의 이메일에서 공유했다.
촘스키는 "피 냄새를 맡은 이들(vultures)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공개적인 대응이며, 그렇게 되면 독설이 난무하는 공격의 장이 열리게 된다. 그중 상당수는 관심을 끌려는 사람들이나 온갖 괴짜들로부터 나온다. 특히 지금 여성 학대에 대한 히스테리가 형성된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는 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살인보다 더 큰 범죄가 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발레리아 여사는 "겉으로는 도움을 주는 친구처럼 보였지만, 범죄적이고 비인도적이며 변태적인 행위로 가득 찬 숨겨진 삶을 살고 있던 인물과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우리 둘 모두에게 깊은 충격이었다"며 "노엄 역시 뇌졸중을 겪기 전(2023년 이전) 나에게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에게 2019년에 한 조언은 맥락을 살펴 이해해야 한다고도 했다. 발레리아 여사는 "엡스타인은 자신이 부당한 박해를 받고 있다고 했고, 노엄은 언론과의 정치적 논쟁을 겪어온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발언했다. 엡스타인은 자신의 사건에 대해 조작된 서사를 만들어냈고, 노엄은 이를 선의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보면, 이는 최소한 엡스타인의 의도 가운데 하나가 노엄 같은 인물을 자신의 평판 회복에 연관시키려는 시도였던 치밀한 연출이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엄의 비판은 결코 여성운동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항상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를 지지해 왔다"며 "엡스타인은 '캔슬 컬처' 현상에 대한 노엄의 공개적 비판을 이용해 자신을 그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뉴욕시의 엡스타인 자택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고, 뉴욕과 파리에 있는 엡스타인의 아파트에서 머문 적도 있으며, 뉴멕시코의 목장에서 식사했고, 여러 학술 모임에 함께 참여한 적도 있지만 성 착취 범죄가 벌어진 섬에는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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