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미국인에 생소한 쿠팡, 공화당 등에 업고 韓정부 맞서"

폴리티코 보도…"막대한 로비로 美개입 성공적 유도"
"워싱턴 정가 모든 경로 공략하는 전방위적 로비"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6일 오후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에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관련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6.2.6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소비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쿠팡이 워싱턴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쿠팡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나스닥에 상장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집권 공화당과 연계된 인물들을 고용하고 막대한 로비 자금을 투입해 '미국 기업'을 자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쿠팡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하며 미국 정부의 개입을 성공적으로 유도했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최근에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디지털 정책을 문제 삼아 쿠팡 한국 법인 대표에 소환장을 발부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법사위는 한국 규제당국이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인 대다수가 사용해 본 적도 없는 쿠팡이 워싱턴 정가에서 동맹국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워싱턴에서 쿠팡의 로비 활동은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2024년에만 로비 자금으로 330만 달러(약 48억 원)를 지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준비위원회에도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를 기부했고 케네디 센터에도 10만 달러를 쾌척했다.

무역 문제를 다루는 세입위원장인 제이슨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미주리)에게도 1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이를 두고 쿠팡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던 익명의 소식통은 폴리티코에 "워싱턴 정가의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공략하는 전방위적인 공세"라고 평가했다.

이런 로비 활동은 지난해 11월 약 330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쿠팡은 한국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자 '디지털 차별'이라고 주장해 왔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로 보안담당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2025.12.9 ⓒ 뉴스1 이호윤 기자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쿠팡은) 다른 미국 기업들과 달리 '한국에서의 디지털 차별'이라는 한 가지 문제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미국 정책 입안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 같다"고 평했다.

결국 쿠팡 문제는 한미 무역 합의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합의했던 15%에서 25%로 인상하다고 발표하자 하원 법사위 공화당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면 벌어지는 일"이라는 논평을 달아 노골적으로 쿠팡을 편들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지난달 2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로운 법을 도입하는 등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에 대한 한국 경찰의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익명의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폴리티코에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에 대한 대우를 근거로 외교 정책을 결정한다면, 워싱턴 정가에서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한 기업 경영진은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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