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입법 고의지연 아냐"…美국무 "美 분위기 안좋아"(종합2보)

USTR대표 "관세인상시 파장 이해하나…韓 비관세장벽도 조속한 진전 필요"
美측 '쿠팡' 시사한 언급도…韓당국자 "트럼프 발표 전 불만 기류는 인지"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4 / ⓒ 뉴스1 임세영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합의한 한미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중 한국의 통상 분야 이행과 관련,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측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공유해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지난 3일 루비오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은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에 있는 것까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통상 관련 (한국 측의) 공약 이행과 관련해 미국 측의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상황을 솔직히 공유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물론 루비오도 통상 분야는 본인 소관 사항은 아니지만, 외교수장이자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한미 관계 전반을 살피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을 한국 측에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합의 이행 지연으로 인한 부정적 기류가 한미 관계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외교당국 간 더욱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황을 잘 관리해 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법제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측이 실제 관세를 올리기 위한 관보 게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관측 속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다녀간 데 이어 조현 장관도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등 미국 측과 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외교라인이 총출동해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관세 인상을 철회한다거나 보류하겠다는 답변은 아직 얻어내지 못하면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는 통상 합의 이행 의지가 확고하며 일부러 법안 처리의 속도를 늦추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통상 합의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우리 정부의 노력과 내부 동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 설명자료는 문안 협의 당시부터 경제 분야와 안보 분야 두 축으로 나뉘어 협의가 이뤄져 왔다"며 "이행 과정에서도 사안에 따라 이행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통상 측면의 이슈로 인해 안보 등 여타 분야의 협력이 저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특히 원자력, 핵추진잠수함, 조선 등 세 가지 핵심 합의 사항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루비오 장관에게 미국 내 관계 부처들을 계속 독려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루비오 장관은 통상 분야든 안보 분야든 한미 간의 합의 이행에 있어 지연이 생기는 것은 미국 측도 원치 않는 바라고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또 "공동 설명자료의 후속 조치의 성격과 절차상 미국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만큼, 루비오 장관 자신도 이를 잘 챙겨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와 루비오 장관은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이라는 한미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것과 관련, 조 장관은 "그리어는 관세 재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파장을 이해하지만, 한국이 전략투자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서는 공동 팩트시트 이행에 있어 에너지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특히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와 핵잠 협력에 있어 구체적인 진전을 조속히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한미 간 공감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한국에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차관과 만난 것과 관련해서는 "핵잠, 전작권 전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에 있어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잘 협력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핵잠이나 원자력, 조선 분야의 협의가 진전되면 그다음 단계로의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와 협조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미국 언론 주도층의 지원사격도 중요하다"며 "이러한 고려에서 이번 방미 때도 의회 및 싱크탱크 주요 인사들을 두루 면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톰 코튼(공화) 상원 정보위원장, 외교위 소속 제프 머클리(민주) 상원의원, 앤디 김(민주) 상원의원, 존 헨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 등과 면담했다고 조 장관은 밝혔다.

조 장관은 "관세 현황이 불거져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지만 외교 당국 간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안보 분야 합의 사항도 계속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미 간 고위급 소통도 활발히 이어나갈 것"이라며 "루비오 장관도 이 부분에 있어서 전적으로 동의했다"라고 했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서 '쿠팡' 암시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쿠팡'이라는 단어 자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쿠팡과 관련한 상황을 암시하는 미국 측의 언급도 있었다고 회담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쿠팡은 외교 사안이라기보다는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로비를 하면서 빚어진 일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또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가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임시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서도 "쿠팡 측이 로비를 했고, 따라서 미 의회도 사안을 이렇게 다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방침은 외교 라인을 통한 사전 설명이나 협의 절차를 거치기보다, 소셜미디어로 바로 표출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불만 기류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외교당국 간 협의 없이 대통령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로 나온 점이 과거와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며 "그 때문에 마치 한국 정부가 놓쳤거나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비치게 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 측이 국회 절차 등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미국이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관세 인상을 덜컥 확정해 발표해버리면 양국 관계는 물론 한국의 국내 조치(투자·입법 등) 추진에도 오히려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미국 측도 굳이 관세 인상을 언제 할지 명확히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모호성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