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외교수장 총출동에도 '빈손'…美 관세인상 현실화 수순

韓 "무역 합의 이행 노력" 설명 불구, 미국 측 '관세' 언급조차 피해
통상본부장, USTR 대표 면담도 불발…관세 불확실성 한동안 지속될 듯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조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루비오 장관과 조현 장관의 이번 회담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무역 합의상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 가운데, 양국 간 통상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열렸다. ⓒ AFP=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 속에 산업장관에 이어 통상교섭본부장, 외교장관까지 잇따라 미국을 찾아 관세 인상 철회를 설득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15%→25%) 방침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외교부는 3일(현지시간) 조현 외교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미 간 관세 합의 이행을 위한 한국 정부의 '국내적 노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국회 내 대미투자특별법 논의 상황을 전달하며 미국 측의 관세 인상 방침 철회 또는 보류를 촉구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루비오에게 "통상 당국 간 원활한 소통과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 당국 차원에서도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는데, 양측이 관세 문제에서 접점을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미 국무부는 회담 직후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관세'라는 표현 자체를 언급하지 않아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과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과 경주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의 취지를 이어받아 미래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미 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 장관은 민간 원자력 발전, 핵잠수함, 조선 분야는 물론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라고만 밝혔다.

또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라거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과 역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라는 등 상호관세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 주로 언급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측과의 교섭 결과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6.2.4/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산업·통상 라인 역시 대미 교섭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30일 워싱턴DC에 도착, 이날까지 닷새간 머물렀지만, 미국 측의 관세 인상 움직임을 멈추게 할만큼의 진전을 보진 못했다.

특히 긴급 방미한 여 본부장은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지도 못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출국을 위해 워싱턴DC에서 뉴욕으로 이동을 앞두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최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진전 상황에 대해 소통하면서 관세 인상을 막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원칙적인 수준의 대응 방침을 설명하는데 그쳤다.

조 장관과 여 본부장에 앞서 방미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연속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지만, 관세 철회 등 구체적인 결실을 내지 못했다.

김 장관은 이틀째 면담 직후 미국 측의 관세 인상 방침 철회 여부에 대해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며, 의견 차이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국 산업통상, 외교 수장의 방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냉랭한 기류가 이어지는 점에 비춰볼 때 미국 측이 관세 인상 방침을 당장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갑작스럽게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對)한국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히며, 한국 국회가 자신과 이재명 대통령 간 무역합의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를 인하해주는 조건으로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미국 측이 판단하기 전까지는 관세 위협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이틀째 면담을 마치고 대화 결과에 대해 밝히고 있다.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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