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어선 트럼프 이민단속…일터·길거리서 죄 없어도 마구 체포

WP "ICE 현장체포 급증…백악관 실적 압박 반영된 듯"
범죄 저지른 이민자 찾는다지만 60%는 전과·기소 없어

2025년 6월 10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자가 거리행진에 참여하며 '엿먹어라, ICE(이민세관단속국)'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추방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이민 단속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 구치소에 수감된 이민자들을 체포하는 데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에서 이민자들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방식이 이같이 변해 그 결과 주거지나 직장, 공공장소 불시 단속을 통한 '현장 체포' 건수가 급증했다.

ICE는 지난 9월에만 약 1만7500명을 체포했으며, 10월에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1년 이후 월별 최대치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23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시절 1만1500명이었는데, 현재 ICE는 트럼프 1기 때보다 주간 체포 건수가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폭력 범죄자 등 '최악의 범죄자'에 집중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국토안보부(DHS) 측은 ICE에 체포된 이민자의 70%가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형사 소송이 계류 중이며, 일부는 본국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거나 기소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현장 체포된 이민자의 60% 이상은 범죄 전과나 기소 기록이 없었다. 다른 자료에서도 10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ICE에 의해 체포되어 구금된 7만9000 명 중 거의 절반이 범죄 전력이 없거나 형사 소송이 계류 중이지 않았다.

이들의 범죄 전력도 25%는 교통 법규 위반이었다. 전직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은 범죄자가 아닌데도 체포되는 이런 상황이 "추방 실적을 늘리려는 백악관의 압박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전략은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규모 단속 작전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5개월간 전국에서 현장 체포된 인원은 6만7800명으로, 직전 5개월의 두 배를 넘어서며 202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ICE 체포의 주류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첫해에 100만 명 추방을 목표로 세웠으며, 백악관은 하루 3000명 체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하루 최대 체포 건수일인 6월 4일에도 1900명에 그쳤다. 하지만 9월에는 하루 1000명 이상 체포한 날이 21일에 달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마구잡이 체포에 대해 관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소 줄리아 겔랫 부국장은 "ICE가 범죄 기록이 없거나 경미한 전과만 있는 사람들도 대거 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전직 ICE 비서실장 제이슨 하우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누군가를 범죄자로 규정하는 기준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