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성탄절 폭풍에 최소 3명 사망…LA 일대 비상사태

하와이에서 흘러온 '대기천' 현상…폭우·강풍 피해 유발
올초 산불피해 지역에서는 토사유출 가능성 우려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라 시에네가 대로에서 차량 1대가 침수된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2025.12.24.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성탄절 연휴 미국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겨울 폭풍이 닥쳐 주민 최소 3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고립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6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하와이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다습한 공기를 실어 나르는 '대기천'(atmospheric rivers) 현상이 발생해 23일 밤부터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대기천은 열대 지방의 포화된 공기를 고위도로 운반해 끊임없는 비나 눈을 몰고 오는 거대한 수증기 기둥이다. 미 서부에서는 연간 강수량의 30~50%를 대기천이 차지하지만, 육지를 지나가면 폭우, 강풍 등 허리케인과 유사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폭풍우 여파로 우드랜스 힐스(100mm), 버뱅크 공항(86mm), 옥스나드(84mm), 샌타바버라(84mm) 등의 지역에서는 일일 강우량 신기록이 세워졌다. 일부 산간지역에서는 강우량이 280mm를 넘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는 최대 시속 117km의 돌풍이 기록됐고, 고지대에서는 시속 129~145km에 달하는 강풍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또 캘리포니아주 동쪽 경계를 따라 위치한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는 폭설이 예보됐다.

거센 폭풍으로 사망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24일) 64세 남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쓰러진 나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지난 22일에는 매커리처주립공원 해변에서 70대 여성이 바위에서 떨어져 숨졌다. 21일에는 레딩에서 침수 차량에서 남성 1명이 숨지는 등 홍수로 최소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펠란 지역의 SR-18 동서 방향 모든 차선이 침수로 폐쇄됐다. (출처=캘리포니아 교통국 8지구)

특히 지난 1월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지역에서는 식생이 사라져 약해진 지반 때문에 산사태와 토사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24일 샌버나디노 카운티 소방당국은 산가브리엘산맥 인근의 라이트우드에 토사류가 들이닥치면서 집과 차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은 산사태와 토사 유출 가능성 때문에 파인 스트리트에서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경계선까지 대피 경고를 발령했다.

뉴섬 주지사는 LA 카운티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동원하기로 했다.

24일 LA 카운티 관계자들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LA 카운티 전역에 비가 계속 내려 도로와 수로, 배수관이 매우 위험한 상태"라며 "오늘 밖으로 나가기 전에 반드시 기상 조건을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LA 시도 거센 폭우에 23일 시 정부가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해 각 부서가 "앞으로 며칠 동안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캐런 배스 LA 시장이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엘리시안 공원에서 한 남성이 우비를 입고 비를 구경하고 있다. 2025.12.24.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NWS에 따르면 25일 현재 LA, 샌버나디노, 벤투라, 샌타바버라 카운티 등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주민 약 800만 명이 중간 위험지역에 속해 있다.

폭우와 강풍은 26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폭풍우는 이번 주말부터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