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값 사상 최고치 경신… 美·베네수엘라 전운에 '안전자산' 쏠림

트럼프 석유 봉쇄령에 지정학적 리스크 폭발…금 4400달러·은 69달러 돌파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 금값과 은값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면적 해상 봉쇄’를 단행하며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몰리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2% 급등한 온스당 4434.26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4441.92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금값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69% 이상 상승해 제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기록중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최근 금값 상승에 대해 '전형적' 불안과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니모머니(Nemo.Money)의 한 분석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긴장이 단기적 지지선 역할을 했다"며 "현재의 상승 탄력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맞물려 내년에는 온스당 5000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 가격의 기세는 금보다 더 매섭다. 이날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69.44달러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만 136% 넘게 폭등했다. 은값 상승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기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수급 불균형이 자리한다.

맥쿼리 전략가들은 "고질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서 인도의 축제 시즌에 따른 수입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태양광 패널 등 산업용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내년에도 은값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속 시장을 뒤흔든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모든 유조선을 차단하는 전면 봉쇄를 명령했다. 이미 미 해군이 유조선들을 나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은 전쟁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조기 교체 가능성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초에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후보를 새로운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가치 하락을 예상한 자금이 대거 귀금속 시장으로 유입되었다.

금과 은뿐만 아니라 다른 귀금속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플래티넘(백금)은 5.4% 폭등한 온스당 2079달러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팔라듐 역시 2.1%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748달러선에 거래되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