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 칠레 아타카마 사막 480㎞ 달린 임신 22주차 美여성
초장거리 사막 레이스 6일간 치러…여성부문 우승
의료진과 상담 후 출전…"일부 비난 있지만 대체로 응원"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임신 20주를 넘긴 미국인이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펼쳐진 달리기 경주에서 300마일(약 480㎞)을 6일 간 달려 여성 참가자 중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업 러너로 활동하는 앨리 기번스는 17일(현지시간) 캐내디언러닝 인터뷰에서 아타카마 사막을 가로지르는 초장거리 트레일러닝(야외 달리기) 대회 '더 스피드 프로젝트' 아타카마 솔로 부문을 이달 초 임신 22주 차로 완주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안데스산맥 서쪽 고원지대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은 고산기후와 극심한 일교차가 특징이다.
2023년 12월 트레일러닝을 시작한 기번스는 올해 대회 참가 신청을 마친 뒤 임신 사실을 알았다. 기번스는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지만, 임신한 채로 300마일을 달리는 것은 올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기번스는 아타카마 대회를 위해 장거리 훈련을 지속하면서도 근력 운동의 비중을 늘리고 수면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임신 6주 차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에서 열린 200마일(약 320㎞) 레이스 '빅풋 100'을 완주한 경험은 아타카마 대회를 향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기번스는 의료진과 상담 후 출전 허가를 받았고, 혈압을 면밀히 관찰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기번스의 팀은 태아 도플러(심박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레이스에 동행한 약혼자 샘 애서턴이 아기의 심박수를 확인하게 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에도 완주는 쉽지 않았다. 레이스의 첫 100㎞ 구간은 해발고도가 약 900m에서 4200m 이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오르막길이다. 기번스는 평소보다 발과 다리가 더 많이 부어 한 치수 큰 신발이 새로 필요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원팀의 역할이 컸다. 코스의 많은 부분이 사막 도로를 따라 이어져 팀 차량이 기번스에게 접근해 도움을 제공했다. 기번스는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장소에서 샘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통을 이겨낸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번스는 임신이 오히려 경기에 나서야 할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기번스는 "거대하고 고요한 하늘 아래" 샘과 함께 달리면서 뱃속 아기의 움직임을 느꼈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의 열쇠는 그저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며 "영양 공급, 휴식, 강도 등을 듣는 법만 안다면 몸이 정확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말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번스는 자신의 결정에 관해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매우 지지하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기번스는 "비난하는 사람들은 경기장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뿐"이라며 "여성들은 더 많은 본보기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기번스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는 "이전에 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원래 약혼자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며 캠핑카 생활을 하던 기번스는 내년 딸의 출산을 앞두고 콜로라도주로 이주해 본업인 스포츠 퍼포먼스 코치로 복귀할 계획이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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