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서서 50개 성심 답변…'정중함' 빛난 트럼프 측근 이 남자

루비오 국무장관 연말회견 화제…모욕·비난 없이 스페인어·영어로 자세히 설명
밴스 부통령과 함께 차기 잠룡…국무부 대변인 "역대 장관 중 가장 긴 회견, 투명한 정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5.12.19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마코 루비오(54)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연말을 맞아 내·외신 기자를 상대로 가진 마라톤 기자회견이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뉴스는 내놓지 않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비난하지 않는 '정중한 태도'와 모국어인 스페인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장시간 현안에 대답하는 모습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각료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루비오 장관의 연말 기자회견을 조명하며 "백악관의 연말연시 홍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보였지만 워싱턴의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례적인 행사였다"고 짚었다.

루비오는 기자회견에 2시간을 넘게 할애해 46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으며 가자지구에서 일본,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성심껏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NYT 기자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방광이 팽팽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루비오는 발언을 이어갔다"며 "루비오가 국무부 출입기자들의 체력을 시험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루비오는 질문하는 기자에게 편향됐다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쿠바계 이민자 집안 출신인 루비오는 스페인어로 질문한 기자들에게는 모국어로 답한 뒤 이를 영어로 다시 반복하기도 했다. NYT는 이를 두고 "이 행정부에서 보기 드문 정중함으로 눈에 띄었다"고 했다.

같은 날 있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 소식에는 "그가 내 메시지를 덮으려는 거예요"라며 농담을 했고,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를 방어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보고 있다면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라며 우호적인 메시지까지 전했다.

다만 루비오는 이날 뉴스가 될 만한 발언을 내놓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만날 것인가', '미국은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의 것으로 인정할 의향인가' 등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의원 시절 세계 곳곳에서의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중시했던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자신의 원칙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자 발끈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에는 '국무장관이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경우 대통령을 훼방 놓기 위해 국무부를 둔다'고 쓰여 있지 않다"며 "그건 터무니없고, 솔직히 말해 어리석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루비오의 기자회견이 "역대 국무장관 가운데 가장 긴 기자회견 중 하나"였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투명한 정부"라고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 전 미 국무장관 시절 국무부 수석 대변인을 지낸 매슈 밀러도 "외교를 잘 아는 기자들의 질문을 국무부 지도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것은 중요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는 등 한때 당내 반(反)트럼프 진영에 섰던 루비오는 이후 노선을 전환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핵심 인사로 자리 잡았다. 루비오는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가 후계자로 유력하다면서 루비오에 대해서도 "밴스와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