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회' 11월 美소비자물가 뜯어보니…"블프 세일로 왜곡 여지"

셧다운 여파로 11월 중순부터 조사…월말 할인행사 과다대표 가능성
주거비·계란 등 가격 상승세 꺽였지만 소고기·커피 등 여전히 급등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1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2.7%로 발표된 것과 관련,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인한 데이터 왜곡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 CNBC 등이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CPI 데이터에서는 주거비, 식품비의 가격 상승세가 꺾이거나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CPI 가중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년 대비 3.0% 상승해 4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품비 상승세(2.6%)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완화됐다. 특히 올해 급등세를 보이던 달걀 가격은 11월 2.86달러로 9월보다 13% 이상 폭락했다.

다만 일부 품목에서는 고물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1월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6% 상승해 약 3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커피 가격 역시 전년 대비 약 20% 상승했다.

11월 전기료도 6.9% 상승했다. AI 산업 발전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시장의 예상보다 낮았던 CPI 상승률을 두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셧다운 여파로 데이터가 왜곡 집계됐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PI 데이터는 한 달 내내 수집되지만, 이번 11월 CPI는 셧다운이 지난달 12일 종료된 뒤인 지난달 중순부터 데이터 수집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데이터 수집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가 진행된 지난달 말 집중돼 실제보다 물가가 더 낮게 측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이코노미스트 토마스 라이언은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솔직히 말해 일부 수치는 약간 의심스럽다"며 데이터가 블랙프라이데이 판매량을 의도치 않게 더 많이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CNBC에 전했다.

이번 CPI 보고서에서 셧다운 여파로 10월 데이터 수집이 중단돼 월별 CPI 변동률 등이 누락됐다는 점도 문제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개펀은 보고서에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통계국(BLS)이 10월 데이터가 누락되면서 일부 품목의 인플레이션을 0%으로 가정했을 수도 있다며 "기술적 요인이 약세의 주원인이라면, 12월에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불완전성에도 예상보다 낮은 CPI 상승률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로 해석돼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0.14% 올라 4만7951.85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0.79% 상승한 6774.76, 나스닥 지수는 1.38% 급등한 2만3006.36으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이제 내년 4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벤 카셀만 뉴욕타임스 경제전문기자는 "보고서만큼 11월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가속화되지는 않았다고 결론짓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