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팩트시트 후속 논의 방미…"핵잠, 호주처럼 美원자력법 예외 필요"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6일(현지시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및 보유 추진과 관련해 호주(AUKUS) 사례처럼 미국 원자력법(AEA) 관련 조항에 따른 예외·권한 부여와 별도의 양자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며, 미국 측과 이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방미 목적에 대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우선 한미 조인트(공동) 팩트시트에 대한 후속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고위급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페이스메이커이자 피스메이커 역할을 어떻게 조율하고, 앞으로 갈 길을 찾아볼지에 대한 취지로 대화를 해보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을 통해 조인트 팩트시트에 명시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및 보유 협력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위 실장은 "실무선에서 진행 중인 대화가 잘 안돼서 온 것은 아니다"라며 "실무에서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치적 비중을 실어주려면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도 비슷할 텐데, 아무래도 대통령실이나 백악관이 관여해야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대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이번 방미 기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대행)을 비롯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국무부 부장관, 정무차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는 것"이라며 "그러한 액션은 남북 간에도 할 수 있고, 국제적 맥락에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교환하겠다"라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한미 협의체 구성을 발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쪽은 대비를 하고 있고, 미국 측의 대비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며 "서로 어떻게 교감하는 것이 좋은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슈별 협의체를 만드는 단계까지는 아직 얘기돼 있지 않지만, 협의를 촉진할 방법을 강구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출국 전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호주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핵잠을 건조하려면 뭔가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호주는 미국 원자력법의 91조에 따른 예외를 부여받았고, 그러려면 양자 간 별도의 합의가 필요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 그 가능성을 협의해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핵잠 건조 및 보유를 위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한미 원자력 협정과 연계된 사안에 대해 무엇을 강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큰 틀의 합의는 이미 이뤄졌고, 그에 따라 권한을 받게 되는 만큼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며 "후속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해 보고, 필요하다면 규정 조정이나 변경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최근 한국을 '모범 동맹국'으로 평가한 데 대해서는 "미국이 동맹에 대해 여러 견해를 밝히고 있고, 이는 국가안보전략(NSS)에도 반영돼 있는데 한미 동맹의 출발은 괜찮은 편"이라며 "한국은 모범 동맹의 카테고리에 분류돼 있어 전반적으로 나쁜 분위기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이를 잘 관리해야 하고,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 조선업 협력 등 여러 현안을 상호 도움이 되게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미국의 여러 동맹 가운데 한미 간에는 비교적 괜찮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이 유럽이나 다른 지역과는 마찰과 이견이 있는 반면, 한미는 나쁘지 않은 만큼 기회라면 기회라고 볼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북한과의 관계도 잘 풀어나가야 하며, 한미 간 공조와 조율은 항상 중요한 문제"라며 "관계가 좋다고 해서 이를 당연시하기보다 잘 가꾸어 나가면서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논의와 관련해서는 "현재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 분위기가 좋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남북 간보다는 미북 간 가능성이 조금 더 열려 있다"며 "지난번 경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 간 접촉에 대한 기대를 계속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북미 대화의 시점에 대해서는 "특정 시점을 정해 어느 타이밍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해 대화를 복원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논의하려는 것이지 특정 시점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미 대화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보지는 않고, 우리로서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얘기해 보려는 것"이라면서 "그동안에 우리가 주력해 왔던 것은 주변 주요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인데, 조금 진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기초로 그동안에 좀 충분치 않았던 부분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진전을 기해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 논의와 관련해 출국 전 유엔(UN) 측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우리 문제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해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대북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외교부와 통일부 간 이견에 대해서는 "그렇게 비치는 점이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NSC(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조율되고 정리돼 한목소리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한미 협의와 관련해서도 NSC에서 긴 논의 끝에 정리가 됐었다"며 "정리된 대로 이행됐더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앞으로는 대북 정책을 포함해 외교·안보 전반에서 정부가 한목소리로 움직일 수 있도록 주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2박 3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오는 18일 출국할 예정이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