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흑인 소년을 죽인 자경단원에 대한 美 분노 확산

지난달 자경단원의 총을 맞고 숨진 플로리다 고등학생 트레이본 마틴(17) 사건에 대한 미국시민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언론들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열린 ‘백만 후디(hoodie) 행진’에 참여한 수백 명의 시민들은 마틴을 살해한 자경단원 조지 짐머만에 대한 체포를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마틴은 후드티를 입은 채 스키틀스 사탕과 아이스티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다 그가 술(또는 마약)에 취해있다고 오인한 짐머만과의 격투 끝에 총에 맞아 숨졌다.  

뉴욕 시위에 참석한 마틴의 부모는 “우리 아들은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우리의 아들은 여러분의 아들이다. 나는 여러분이 정의를 위해 일어설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고, 시민들은 “예”라며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마틴이 살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시민들도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Change.org의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1시간에 5만 명씩 100만 명이 참여했다.  

마틴은 3주 전 플로리다주 올란도 외곽 샌포드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가던 중 변을 당했다.  

짐머만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마틴에게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짐머만은 마틴을 보고 “진짜 수상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마틴을 추격하지 말라고 짐머만에게 지시했다. 짐머만은 이 지시를 무시하고 마틴을 뒤쫓아가 그와 격투를 벌이다 갖고 있던 권총으로 마틴을 숨지게 했다.  

그러나 당시 마틴은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짐머만의 가족은 자신들이 히스패닉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짐머만을 백인이라고 말해 마틴 사건은 ‘흑백 갈등’의 양상까지 띠었다.  

플로리다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에 따르면 자신이 위협받았다고 생각할 경우 정당방위를 동원할 수 있고, 정당방위 행위자의 집 밖에까지 이 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짐머만은 비무장 상태의 청소년인 마틴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하고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체포되지 않았다.  

릭 스코트 플로리다 주지사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 리 샌포드 경찰청장은 이 사건으로 정신적 혼란을 느끼고 있다며 잠시 휴직하겠다고 말했다.  

마틴의 아버지인 트레이시는 경찰청장의 휴직은 마틴 사건 해결의 첫 단계에 불과하며 짐머만의 체포를 바란다고 밝혔다.   

ioy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