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놓친 트럼프에 특급 선물…'피파평화상' 벌써 논란

북중미월드컵 맞춰 첫 제정…5일 조추첨 시상 내정
절친 인판티노 회장,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회의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5.10.13 ⓒ AFP=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오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행사 및 피파(FIFA) 평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 사이 '브로맨스'가 주목받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5일 인판티노 회장은 피파 평화상을 새롭게 제정해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조 추첨 행사와 함께 첫 시상식을 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수상자는 인판티노 회장이 시상식에서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평화상 제정을 두고 인판티노 회장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분열되는 세상에서, 갈등을 종식하고 평화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공헌을 인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행보를 감안할 때 수상자는 트럼프로 내정됐다는 설이 공공연히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얘기를 하고 있다. 2025.03.0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016년 취임한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집권 뒤 꾸준히 그를 찾아 유대감 형성에 집중해 왔다.

올해 초 트럼프의 2기 취임식에도 참석한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을 찾아 피파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공개했다. 지난 6월에도 이탈리아 유벤투스 선수단과 함께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유벤투스 선수단에 "여자 선수랑 함께 뛰어본 적 있는가", "여자가 팀에 들어갈 수 있냐"는 황당한 질문을 퍼부었다.

스포츠를 넘어 중요한 정치적 무대에서도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와 함께 나타났다. 2020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기업 임원들을 위한 만찬에서 연설했고, 같은 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수교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지난 10월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진행된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도 유일한 스포츠 관련 고위인사로 참가했다.

AFP통신은 이러한 인판티노 회장의 행보가 내년 월드컵 104경기 중 78경기가 열리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실용주의에 기반한다"고 평가했다.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월드컵은 피파 수입의 80%를 차지한다.

영국의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존 제라파는 "인판티노는 분명히 트럼프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2026년 대회가 성공하는 데 양측 모두 상호 이익이 있기에 그 관계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인판티노와 트럼프의 브로맨스는 "단순한 개인적 사명이 아니라 사업적 필수 요소"라며 그 대가로 피파가 내년 월드컵에서 입장료와 주차권 판매 등으로 역사상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봤다.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 ⓒ AFP=뉴스1

인판티노 회장의 행보는 실용주의를 넘어 '축구의 정치 개입'이라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달 5일 인판티노 회장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비즈니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 모두 그의 행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연설했다.

피파는 축구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전 피파 거버넌스 책임자인 미겔 마두로는 인판티노의 발언이 축구 협회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미국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논쟁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파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인권단체 페어스퀘어의 닉 맥기한 이사는 "핵심은 인판티노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증상일 뿐이라는 점"이라며 "그의 임무는 축구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과 돈을 축적하고 협회에 재분배해 최대한 많은 혜택을 얻게 하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