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이나 먹을 3D프린팅 닭고기"…자사 비하한 美임원 해고

해고된 부하 직원이 녹취파일 공개…캠벨 측 "사실 아냐"

캠벨 수프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의 유명 수프 통조림 제조사 캠벨의 임원이 전직 직원에게 자사 식품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3D 프린팅 닭고기로 제조됐다"고 말한 게 드러나면서 지난 25일(현지시간) 해고됐다.

미국 더힐 등에 따르면 마틴 밸리 전 캠벨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전 직원 로버트 가르자의 급여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서 문제적 발언을 일삼았다. 가르자는 "마틴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대화를 녹음했다고 전했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밸리는 가르자에게 캠벨이 "빌어먹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고도로 가공된 식품"을 만든다며 "누가 우리 X을 사겠냐"고 말했다.

이어 "나는 캠벨 수프를 거의 사지 않는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나니 건강에 안 좋더라"며 "생체공학 고기, 3D 프린터에서 나온 닭고기 조각은 먹고 싶지 않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밸리는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것 같다"며 인도인 근로자를 비하하고, 종종 마리화나 식품을 먹고 출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르자는 밸리의 발언을 두고 "밸리는 아무런 필터가 없다"며 "자신이 포춘 500대 기업의 최고위 임원이라고 생각하고, 임원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역언론 클릭온디트로이트에 말했다.

이후 지난 1월 가르자는 자기 상사에게 이 발언에 대해 알렸지만 몇 주 후 갑자기 해고됐다. 이에 가르자는 보복성 해고를 주장하며 지난 20일 소송을 제기했다.

캠벨은 26일 성명에서 "녹취 파일에서 들린 우리 음식에 대한 발언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명백히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캠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런 종류의 언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25일부터 밸리가 더 이상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캠벨 수프는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농축 수프 제품으로 미국 가정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캠벨 수프 통조림 깡통은 '대량생산의 상징'으로 여겨져 앤디 워홀의 팝아트에도 등장한 바 있다.

밸리의 발언으로 캠벨 수프의 식품안전 의혹이 커지자, 제임스 우스마이어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플로리다 법은 실험실 고기를 금지하고 있다"며 주 소비자 보호국이 캠벨 제품의 품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캠벨은 팩트시트를 내고 "우리 수프에 들어가는 닭고기는 미 농무부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미국 공급업체에서 공급받는다"며 "항상 그래왔듯이 진짜 농장에서 나온 진짜 닭고기를 사용하고, 진짜 정성을 들여 만든다"고 강조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