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휴전' 트럼프, 다카이치에 "대만 발언 수위 좀 낮춰라"
WSJ, 日 美·日 관계자 인용 보도…"발언 철회 압박하진 않아"
"트럼프, 中과 화해 유지 희망"…이후 다카이치 발언 신중해졌다는 관측도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주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을 자극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advised)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 관리 및 통화 내용을 브리핑받은 미국 관리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매체는 "다만 트럼프의 조언은 미묘했고, 다카이치에게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계자는 트럼프가 통화에서 다카이치에게 대만에 대한 발언 수위를 누그러뜨릴 것(temper the tone of her comments)을 제안했다고 설명하면서, 트럼프는 다카이치가 처한 일본 내 정치적 제약에 대해 보고받았고, 중국을 분노하게 한 발언을 완전히 철회하긴 어렵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해당 통화와 관련, 전날 아사히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대만 문제를 다카이치에게 전달했다면서도 "일본 측에 대한 우려 표명은 없었다"고 보도했는데, WSJ 보도와는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
미·일 정상 통화 직전 이뤄진 미·중 정상 통화에선 시진핑은 약 1시간 통화 중 절반가량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 그리고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데 있어 미·중 양국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고 WSJ 소식통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지난달 시진핑과 도달한 데탕트(긴장완화)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메시지가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지난달 30일 한국 부산에서 만나 무역 등 전반에 일정한 합의를 이뤘다. 여기에는 미국 농민에 큰 타격을 준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 조치를 중단하고 구매를 확대한다는 약속도 포함돼 있다.
WSJ은 "트럼프가 다카이치에게 전화를 건 것은, 미·중 간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중국의 강력한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에, 동맹국인 일본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카이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특히 다카이치가 26일 국회 당수 토론에서 문제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관해 "질문자가 대만 유사시로 한정하고 해상 봉쇄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질문했기에 그 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한 점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어조를 낮추려는 신호"란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다카이치와의 통화에 대해 질의하자 백악관은 트럼프 명의로 WSJ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의 대중 관계는 매우 좋다. 이는 우리의 소중한 동맹인 일본에도 매우 좋은 일이다.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중국과 미국 모두에 훌륭한 일이다. 제 생각에 시 주석은 대두와 다른 농산물 구매를 대폭 늘릴 것이고, 우리 농민에게 좋은 것은 곧 제게도 좋은 것"이라고 전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일본, 중국, 한국 등 많은 국가와 훌륭한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세계는 평화롭다. 그 상태를 유지하자!"고 덧붙였다. 일본 총리실은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WSJ은 해당 기사 본문에선 "어조(tone)를 낮추라고 조언했다"고, 제목에선 "목소리(volume)를 낮추라고 말했다"고 두 단어를 혼용했다. '어조(Tone)'를 낮춘다는 것은 발언의 본질적인 내용, 입장, 감정적 태도를 바꾸거나 부드럽게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목소리(Volume)'를 낮춘다는 것은 발언의 빈도, 공개적인 강조, 수위를 줄인다는 의미여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정책 변화를, 후자는 반복적인 강한 발언 자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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