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 카르텔 해외테러단체 지정…베 "있지도 않은 조직"

美국무 "국내 불법 마약 반입 혐의…마두로 배후에 있어"
베네수 "미국, 천연자원 원해…정당성 없는 개입 정당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2025.11.23./뉴스1 ⓒ AFP=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미 국무부가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Cartel de los Soles·태양의 카르텔)를 해외테러단체(FTO)로 공식 지정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조직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AF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 내로 불법 마약을 들여오는 데 관여한 혐의로 이 카르텔을 FTO로 지정했다.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마두로와 베네수엘라 군부·정보기관·입법부·사법부를 부패시킨 마두로 정권의 고위 인사들이 이끌고 있다"며 FTO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 카르텔이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와 협력해 미국으로 불법 마약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트렌 데 아라과는 이미 FTO로 공식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미군은 9월 초부터 '마약 카르텔과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선박을 총 21회 공격해 최소 83명을 사살하고 군함과 항공기, 병력을 카리브해에 대규모로 배치해 왔다.

지난 21일에는 미 연방항공청(FAA)이 주요 항공사에 "베네수엘라 안팎의 악화하는 안보 상황과 고조된 군사 활동 등 위협이 모든 고도에서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 상공 비행 시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등 날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국영 방송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모든 천연자원을 원한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태양의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우스꽝스럽고 조작된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치가 "불법적이고 정당성 없는 베네수엘라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형적인 미국식 정권교체 모델에 따라 악명 높고 비열한 거짓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마두로 연계' 주장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미 외교협회 라틴아메리카 연구원 윌 프리먼은 "민군 혼합 체제에서 군을 지휘하는 국가원수로서 마두로가 관여하거나 최소한 군의 코카인 밀매 공모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도 "조직 운영을 직접 지휘하고 마약 흐름을 조정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에서의 군사 작전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신통치 않다.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판사나 법원의 판단 없이 '마약 밀매 혐의자'를 군사력으로 살해하는 행위에 대한 지지율은 29%에 불과했다.

전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여러 기관과 회의를 함께했지만 FTO 지정을 통해 군사 행동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제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짚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