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뉴욕시장 되고 싶었다"…맘다니와 예상 밖 '의기투합'

'공산주의자' '파시스트' 대립하다 회동…"주거문제 생각 같더라"
"정당 차이는 중요치 않아…맘다니가 시장인 뉴욕서 살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2025.11.21.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물가·치안·주거 등 뉴욕시민의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지를 확인했다.

지난 뉴욕시장 선거에서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자', 맘다니는 트럼프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며 대립했지만, 이날 만남은 예상보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맘다니 당선인과 회동 후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훌륭하고 생산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뉴욕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주택 문제, 즉 주택을 더 짓는 문제 같은 공통 관심사에 관해 얘기했다"라면서 "식료품과 물가 문제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당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모두의 꿈이 이뤄지도록, 즉 뉴욕을 강하고 안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그(맘다니 당선인을)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 당선인을 둘러싼 우려와 관련해 "사람은 바뀌고, 나도 바뀌었다"면서 "맘다니는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 인사들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동은 맘다니 측이 백악관에 만남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뉴욕시장은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한다"며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고, 하루 뒤 맘다니는 "뉴욕 시민들에게 한 약속(주거비 위기 해결)을 이행하기 위해 백악관에 연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민감한 쟁점에서는 정면충돌을 피했다. 맘다니가 과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뉴욕을 방문할 경우 체포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을 둘러싼 견해 차이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며 "맘다니 당선인도 뉴욕이 안전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뉴욕에 대한 연방정부 자금을 줄일 수 있다고 위협한 것에 대해 트럼프는 "그럴 것 같지 않다"면서 "저는 오늘 회의에서 정말 놀랐다. 그는 범죄 없는 도시, 주택 건설, 임대료 인하를 원하고 제가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다. 전 그를 돕고 싶지 해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뉴욕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맘다니가 시장으로 있는 뉴욕에 살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특히 오늘 만남 이후에는"이라고 답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과거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각자의 입장은 분명하며 이견도 있다"면서도 "오늘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을 돕는다는 우리의 공통된 목표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답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시스트라는 생각을 확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답하려는 맘다니 당선인을 막으며 "그냥 그렇게 얘기해도 괜찮다"며 웃기도 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제가 대통령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점은 우리가 만났을 때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뉴욕 시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통된 목표에 집중했다는 것"이라면서 "솔직히 말해서, 그것은 현재 생활비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850만 명의 뉴욕 시민들, 특히 4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원에서 찬성 285표, 반대 98표로 '사회주의의 위협'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가결한 것에 대해서 맘다니 당선인은 "나는 결의안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고물가 등 뉴욕이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을 피했다.

특히 트럼프는 "그도 집을 많이 짓고 싶어 하고, 나도 같은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놀라겠지만 우리는 주택 공급 문제에서 생각이 같다"라고 밝혔다. 또 "기름값이 크게 내려갔는데도 콘에디슨(뉴욕 전력회사)의 요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사실 언젠가 뉴욕시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 있다"고 말하며 "지금은 정말 중요한 전환점으로 상황이 아주 좋아질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맘다니가 정말 훌륭한 일을 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5.11.2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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