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반란에 '엡스타인 파일' 공개 임박…트럼프 털고갈까 흔들릴까
하원, 압도적 만장일치로 자료공개법 통과…상원도 '즉시 통과 간주' 합의
법무부 자료공개 수준은 미지수…'수사 중 자료' 공개 범위 최소화할 수도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 온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련 법무부의 자료 공개가 임박했다.
법무부의 자료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상원도 법안 도착 즉시 통과된 것으로 간주하는 데 동의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도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법무부가 의회의 자료 공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자료 공개 수준과 범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법무부가 '수사 중인 자료 공개 불가'를 이유로 범위로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법무부에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및 기소와 관련된 모든 비분류 기록, 문서, 통신, 조사 자료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클레이 히긴스(루이지애나) 의원의 반대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공화당에서도 찬성에 몰표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는 그간 문건 공개 요구를 '민주당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좌절을 위해 애쓰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꾼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공화당 의원들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촉구했고, 이튿날에는 "법안이 책상에 올라오면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치기 위한 청원이 공화당 의원 4명의 '이탈'로 받아들여지자 이는 "적대 행위"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후 오히려 공화당 내부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올 것이 확실해지자 '반란'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면서 이제 정식 발효까지 상원 표결과 대통령 서명이 남는다.
하원 표결 몇시간 이후 상원은 법안이 본회의에 도착하는 즉시 통과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서명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인 만큼, 서명을 미루지만 않는다면 이르면 이날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 자료 공개 강제 법안이 발효된다고 해도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지, 아니면 정치적 타격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법무부가 의회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지수다. 팸 본디 법무장관과 법무부 인사들은 이전부터 "진행 중인 수사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와 수사 자료를 전면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지지해 온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진짜 시험은 법무부가 파일을 공개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수사 속에 묶여 있을 것인지 여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법 시행 이후 일부 문서만 골라 공개한다면 더 큰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의심에는 당초 문서 공개에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파일 공개를 법무부에 지시할 권한이 있지만 행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민주당·메릴랜드)은 "대통령이 진심이라면 지금 당장 공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아무도 막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미 미 법무부가 지난 2월 수백 페이지의 편집된 문서를 공개했고, 지난 9월엔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3만 페이지, 지난주엔 2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는 엡스타인 이메일들을 공개하면서 엡스타인 파일은 다시 미국 정치권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엡스타인은 2011년 4월 미성년자 성착취를 도운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를 "짖지 않는 개"라고 지칭하며 "○○○(피해자)가 그(트럼프)와 함께 내 집에서 수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이메일에선 "그(트럼프)는 당연히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길레인에게 멈추라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한때 친구였다가 관계가 악화돼 2004년쯤 결별했으며 어떠한 부적절한 행동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됐고 재판 개시 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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