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액 1조달러로 상향" 사우디 왕세자, 트럼프 환대에 통큰 선물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막대한 규모의 경제 협력을 선언하며 전략적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회담 후 오벌오피스에서 대미 투자액 규모를 6000억 달러(약 877조 원)에서 1조 달러(약 1461조 원)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왕세자를 "내 친구"라고 칭하며 "당신은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었다. 그가 (금액을) 1조 달러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왕세자는 "오늘과 내일, 우리는 그 6000억 달러를 거의 1조 달러의 투자로 늘리겠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투자 약속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당시 발표된 6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안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F-35 전투기의 사우디 판매 계획을 공식화하며 "사우디가 구매할 F-35는 이스라엘이 보유한 것과 비슷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사우디 둘 다 최고 성능의 F-35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 48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진 이번 판매가 성사되면 사우디는 이스라엘에 이어 중동 내 두 번째 F-35 보유국이 된다. 이는 중동의 군사적 균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결정으로, 이스라엘의 군사 우위 약화와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도 만족해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방위 조약 체결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이란의 위협 등에 맞서 미국으로부터 확실한 안전보장을 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카타르에 행정명령 형태로 제공한 나토식 방위 공약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첫 임기 성과인 '아브라함 협정'에 대해 왕세자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왕세자는 회담에서 "아브라함 협정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명확한 경로'가 보장돼야 한다"는 기존 전제 조건을 재확인했다.

이번 방문은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미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미 정보당국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암살을 승인했다고 결론 내렸었다.

회담 중 한 기자가 이 문제에 관해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왕세자)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그런 질문으로 우리 손님을 당황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왕세자를 적극적으로 감쌌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