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韓 '혐오 표현 처벌' 추진에 "전체주의적 길 따라가면 안돼"

"정부가 '혐오'를 정의한다는 발상, 혐오 자체보다 더 위험"
"역대 韓 정부, 표현의 자유 탄압 시도…대통령 3명은 소송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혐오 표현 처벌 법안을 "전체주의"에 빗대어 비판했다.

WP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에 보내는 표현의 자유 관련 경고'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주 사회의 진정한 위험은 공직자들이 자유로운 표현을 다른 이름으로 규정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는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장치를 속히 마련하고, 허위조작정보 유포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엄정하게 처벌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등장했다.

WP는 이 대통령의 말이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다면서도 그가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 요구는 "당국이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체포되어 법정에 끌려가 감옥에 갇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말한 '허위조작정보', '혐오표현'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정부가 그 의미를 정한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국가에서 허위정보 및 혐오발언을 규제하려던 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WP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허위정보로 간주되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또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허약해 보이는 영상과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을 당시 행정부 관계자들이 "저질 가짜 영상", "음모론"으로 치부한 사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국토안보부 산하 '허위정보 관리위원회'를 설치한 뒤 양당 모두가 반발하자 이를 5개월만에 폐지한 사례도 언급했다.

미국 밖의 유사 사례로는 지난 9월 영국에서 엑스(X)를 통해 여자 화장실을 쓰는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폭력적 범죄자들"이라고 부르고 이들을 "때려야 한다"고 주장한 코미디 작가가 체포된 사건도 소개했다.

WP는 미확인 정보의 사실 유무를 가리기 위한 방법으로 "엄격한 토론"을 제시했다. 또 "사상을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보다 음모론과 극단적 이념의 급증을 보장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사설에서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 탄압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WP는 "역대 한국 정부와 정당은 표현의 자유 탄압을 시도해 왔으며, 지난 3명의 대통령은 반대 세력의 표현이나 발언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WP는 "자유로운 국민이라면 이 대통령이 이끄는 오웰식(전체주의적)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