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한미 팩트시트로 불확실성 해소…'이행'은 만만찮은 과제"
조선 1500억달러 포함 3500억달러 대미투자 '미지의 영역'
"美법적제약·노동력 부족 등 양국 조선분야 협력 해결과제"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현지시간) 한미 '공동 사실자료'(Joint Fact Sheet)에 대해 "통상투자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면서도,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이행 측면에서 길고 불확실한 과정의 시작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유명희 전 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25 밴 플리트(Van Fleet) 정책 포럼'에서 "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한미 양자 경제 현안에 깊이 관여해 온 사람으로서, 이번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복잡한 여건을 헤쳐 나아가야 했었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 때 제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이끌 때는 모든 협상이 제도화된 FTA 틀 안에서 진행됐다"라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는 협상이 FTA 틀 밖에서 진행됐다"면서 "아울러 한국은 이미 미국산에 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FTA 파트너이기 때문에 추가 관세 양보를 할 여지가 없었고,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번 합의는 통상·투자·안보파트, 특별안보파트로 나뉘는데, 특별 안보 파트는 매우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통상·투자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고, 한국이 주요국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를 피한 측면이 있어 어느 정도 안도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과제들도 등장했다"면서 "첫째는 관세 문제로 한국은 여전히 미국산에 0% 관세를 유지하지만, 미국은 한국산에 15% 이상 부과하는 상황에 놓였다. 제 생애에 이런 구조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둘째는 한국이 전략산업에 2000억 달러,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길이며, 모든 것은 이행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앞서서도 언급됐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이제는 고위급 협상이 사실상 끝없이 이어지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이번 공동 팩트시트는 최종 결과가 아니라, 길고 불확실한 과정의 시작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대미투자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양국 정부가 어떤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협력의 실질적 성과가 좌우될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가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협력으로 이어지려면, 미국 제조업 기반 강화뿐 아니라 양국 모두의 성장과 혁신에 기여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이며 이 길은 정말로 검증되지 않은 길"이라면서 "양구 정부뿐 아니라 민관 협력을 통해 양국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는 방향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서는 선박 제조에 대한 미국의 법적제약과 노동력 부족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그녀는 "이른바 존스법(Jones Act)과 번스-톨레프슨 수정조항 때문에 미국 선박을 해외에서 건조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걸려 있다"면서 "따라서 이 대규모 프로젝트, 이 이니셔티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양측이 이러한 법적 제약을 풀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선분야 숙련인력에 대해서는 "제조업 기반이 매우 강한 한국조차도 이제는 전체 노동자의 20%가 해외에서 온 인력"이라면서 "이는 한국에서조차 노동력 부족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제조업 기반과 숙련 노동력이 크게 약화한 이곳 미국에서는 그 문제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한국의 전문가, 숙련 기술자들이 미국의 조선소와 공장에서 미국 노동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조선 외에 한미 간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디지털인프라, 에너지 등을 꼽았다. 그녀는 "미국은 AI 모델개발, 플랫폼, 그리고 더 넓은 기술 생태계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은 HBM과 같은 AI칩, 첨단 패키징 기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인프라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한국은 미국의 제조업 부흥, 특히 전략 첨단산업 분야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가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면서 "한국처럼 우호적이며 제조 경쟁력이 높은 파트너와는 관세 갈등이나 무역 마찰을 겪기보다는 산업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미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팩트시트 발표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회담에 대한 공동 사실자료'(Joint Fact Sheet on President Donald J. Trump’s Meeting with President Lee Jae Myung)를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양국 간 공동 사실자료는 지난 7월 30일 고위급 관세·무역합의와 8월과 10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ryupd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