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후에도 집요했던 엡스타인…"트럼프 무너뜨릴 유일한 사람은 나"
공화당 2만페이지 문서 공개…트럼프 재정·약점 파고들어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지난 2000년대 중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끊어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하원 공화당이 공개한 2만여 페이지의 문서를 분석해 엡스타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옛 관계와 약점·재정 정보를 활용해 영향력이나 정보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1980~1990년대 뉴욕이나 플로리다에서 같은 사교행사에 참석하며 친분을 유지했으나 공식적으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2011~2019년 문서에서 엡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욕설을 일삼으며 마치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듯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말 당국이 엡스타인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을 때 한 지인이 엡스타인에게 "이 사람들은 결국 트럼프를 끌어 내리려고 하는 거야"라고 문자를 보내자 엡스타인은 "웃기는 일이야, 왜냐하면 트럼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 바로 나니까"라고 답했다.
2018년 1월 작가 마이클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한 도널드", "정신 나간 도널드"라고 부르며 그의 재정 상태는 "전부 사기"라고 말했다. 그해 후반 전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총장인 로런스 서머스와의 이메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이상 경계선"(borderline insan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궁지에 몰린 엡스타인은 실제 재정 상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엡스타인은 변호사 리드 와인가르텐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담보대출과 자신이 알고 있다는 3000만 달러 대출 내역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상태를 조사할 사람을 알아보라고 제안했다.
2016년 울프가 엡스타인에게 곧 트럼프를 인터뷰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물어봐야 할 것이 있냐고 묻자 트럼프의 셔틀 항공사업, 카지노 파산, 부채 문제 등 '도발적인' 질문 목록을 보내기도 했다.
2019년 6월 13일 체포 직전에는 엡스타인의 회계사 리처드 칸이 트럼프의 연방 재정공개 보고서를 방금 검토했다고 알렸다. 그는 그 보고서를 "100페이지짜리 허튼소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부채, 소득, 재단 관련해서 "아홉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칸이 왜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상황을 조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체포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찾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엡스타인은 주변에 트럼프 대통령의 민감한 사생활을 잘 알고 있다는 식으로 과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변에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엡스타인은 지난 2015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이 탄력을 받자 당시 NYT 기자였던 랜던 토머스 주니어에게 "도널드와 비키니 입은 여자애들이 함께 찍힌 사진 볼래?"라고 묻기도 했다.
엡스타인이 실제 그런 사진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2019년 이후 NYT를 떠난 토머스는 엡스타인이 그런 사진을 자신에게 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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