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연방대법원서 최후의 심판…5일 구두변론 시작

IEEPA 근거로 관세 부과, 대통령 권한 남용 여부 핵심…1·2심 행정부 패소
트럼프 "대통령 관세 권한 없으면 국가 파멸"…보수우위 대법원 판단 예단 못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 (자료사진) 2024.07.30.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는 5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의 심판대에 놓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통령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의 적법성을 놓고 구두 변론을 시작한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가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원고 측은 법 조항에 '관세'나 '세금'이라는 표현이 없고 관세 부과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맞선다.

앞서 1심과 2심은 모두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는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 중소기업들과 일부 주정부 등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심판대에 오른 관세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펜타닐 불법 유통을 이유로 중국·멕시코 등에 부과한 관세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거의 모든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특정 국가에 정치적인 사유로 부과한 징벌적 관세 등이다.

미 세관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이들 관세로 지난 9월까지 걷힌 세수만 약 880억 달러(약 126조 원)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의 권한 범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관세를 신속히 사용하지 못하면 국가는 파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매긴 상호 관세율이 적힌 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04.02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개인적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도널드 베릴리 주니어는 "트럼프의 이런 태도가 (대법관들의) 결정 과정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밖에 없다"고 봤다.

6대 3으로 보수 우위 구도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다만 이번 사건은 임시 조처가 아닌 행정부 핵심 정책의 법적 근거를 다투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 법률자문관으로 재직했던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것으로 인식되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라 리 그로브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오랜 무역적자를 비상사태로 간주하는 건 무리"라면서도 "IEEPA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기는 한다.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정치적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에 근거로 부과한 관세에만 한정된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나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관행)에 따라 부과된 철강·자동차·반도체 관세 등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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