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韓, 日보다 유리한 합의…투자액 분할로 환율충격 최소화"

NYT "일본보다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조건"
전문가 "한국 정부에 안도감…李대통령 외교적 승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 경주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한국과 미국이 29일 무역 합의를 최종 타결한 것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투자 방식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상당한 양보를 얻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 달러(약 28조5000억 원)로 설정해 외환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 재정 불안정 시 연간 투자 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합의문에 추가했다.

NYT는 이를 두고 "한국은 일본보다 전반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거래를 성사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한국이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분과 대출, 대출 보증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등 "핵심적인 양보"를 얻어냈다고 분석했다.

반면 총 5500억 달러(약 783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연간 최대 200억 달러 한도로 분할 납부한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투자로 배정됐다.

NYT는 미국 조선업에 투자할 1500억 달러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경우 투자 원금을 회수한 이후에는 이익의 90%를 미국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번 합의로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경쟁사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미 무역합의 타결을 "예상치 못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수개월간의 팽팽한 협상 끝에 나온 '깜짝 성과'(a surprise breakthrough)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선의 타협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협정 타결 소식 이후 원화는 달러 대비 0.54% 상승하는 등 금융 시장이 즉각 안도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구조가 한국 외환시장에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설계된 결과로 분석된다.

문홍철 DB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한국은 금융시장을 우려했던 것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다"며 "거래 이행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원화가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타결은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이 막판에 정상 외교를 통해 극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더 이상의 (협상) 지연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통화 가치의 불확실성과 미국 시장 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문제가 한국 측에 결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미국은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일시 투자하라고 압박했으나, 이 대통령은 외환보유고의 80%가 넘는 금액이라며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 과정을 '치열했다'고 표현하면서 한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고 발언했다. 미국이 향후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합의에 포함돼서다.

앤드루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NYT에 "(이번 합의는) 한국 정부에 엄청난 안도감을 주며 이 대통령의 주요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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