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미러 회담, 美국무가 준비…"측근 나섰던 알래스카 참사 탓"

외교 경험 없는 위트코프 특사, 지난 회담서 러 의중 잘못 읽어 논란
유럽, 루비오 회담 준비 환영하지만 '헝가리' 개최엔 불만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 기자회견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준비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맡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회담 준비를 최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아닌 루비오 장관에게 시킨 건 지난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러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며 비판 여론이 높았던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알래스카 회담 때보다 더 많은 실무진급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합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루비오 장관이 회담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관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WSJ은 전했다. 보다 체계적이고 전통적인 외교 방식을 취하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외교나 정치 경험이 없는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을 오해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 협상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헤르손과 자포리자 일부 지역에서 철수할 의향이 있다는 발언을 "영토 양보"로 잘못 해석했고,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측이 러시아의 입장을 오해했었다.

알래스카 미러회담 당시 러시아에서는 (사진 맨 왼쪽부터)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보좌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배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사진 오른쪽부터)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트럼프 대통령 특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자리했다. 양국 정상 바로 옆에는 통역사가 앉았다. 2025.08.15.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실무진 회담이 더 많이 열리게 된 건 이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새뮤얼 채럽 랜드연구소 정치분석가는 WSJ에 "(알래스카 회담 당시) 트럼프의 조급함은 실무진급의 대화를 허용하지 않았다"며 "푸틴의 비타협적인 태도가 핵심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 역시 러시아에 시간을 벌어주기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회담 장소가 친러시아 국가인 헝가리로 정해진 것을 두고도 유럽연합(EU) 내에서 불만이 나온다. EU 회원국인 헝가리에서 EU 참여 없이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는 것이다.

한 유럽 외교관은 이번 회담을 "정치적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친러 인사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EU 분열을 심화해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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