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통화 후 또 약해졌다…우크라 토마호크 안줄 듯

푸틴 요청으로 2시간30분 통화…푸틴 "양국관계 중대한 손상" 경고 통해
2주 내 헝가리에서 미중 정상회담…17일 젤렌스키와 '빈손 회담'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나란히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이창규 김지완 기자 = 가자지구 휴전 중재에 성공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을 다시 누그러뜨렸다.

푸틴 대통령과 장시간의 통화를 나누고 2주 뒤 대면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우크라이나가 요청해 온 '게임 체인저'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논의도 당분간 진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약 2시간 3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국 무역 관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종료 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였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양국 간 무역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이 다음주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는 "그리고 나서 푸틴과 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이 '영광스럽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이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의 부다페스트 회담이 "2주 내"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회담 준비를 바로 시작하기로 했으며 루비오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곧 통화할 예정이다. 정확한 정상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미러 정상의 통화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와 회담을 갖기 하루 전에 이뤄졌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 글에서 17일 젤렌스키와 만나 "푸틴의 통화 내용 등 여러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오늘의 전화 통화를 통해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번 회담을 통해 사거리가 2500㎞에 달해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내부를 타격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지원을 거듭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은 전쟁 격화를 우려해 토마호크 제공에 미온적이었으나 최근 푸틴이 트럼프의 휴전 중재에 성의를 보이지 않자 토마호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푸틴을 압박해 왔다.

이날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이날 통화에 대해 "푸틴은 토마호크가 전장의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지만, 양국 관계와 평화적 해결의 전망에 중대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푸틴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듯한 분위기다. 통화 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마호크 지원 아이디어를 푸틴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소개하면서 "미국도 토마호크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방어력을 고갈시킬 수는 없다"며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17일 젤렌스키와 만나서도 토마호크 지원에 대해 확답을 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14일만 해도 젤렌스키가 "토마호크를 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토마호크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전날(15일)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의 지속적인 침략에 대해 대가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에 도착한 사실을 전하면서 여전히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젤렌스키는 "중동에서 테러와 전쟁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 그 동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결코 하마스나 그 어떤 테러리스트보다 더 용감하지 않다"며 "힘과 정의의 언어는 러시아에도 반드시 통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모스크바가 토마호크라는 말만 들어도 대화를 재개하려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