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 의회서 "네타냐후 사면 어때…시가·샴페인 대수냐"
네타냐후,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 중…트럼프, 또 내정간섭 논란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부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사면해야 한다고 대놓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1단계 휴전 합의를 기념해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하다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바라보며 "좋은 생각이 있다. 그(네타냐후)를 사면해 주면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연설문에는 안 나오는 내용이지만 나는 여기 이 신사(네타냐후)를 좋아한다"며 "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시 지도자다. 당신은 인기가 매우 많은데 왜 그런지 아는가? 이기는 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시가와 샴페인 같은 걸 도대체 누가 신경 쓰냐? 오늘은 이쯤 하겠다. 논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의회에는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 석방을 축하하기 위해 이스라엘 주요 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지를 돕기 위해 특유의 도발적이고 비외교적 방식으로 이스라엘 내정에 간섭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가·샴페인·팔찌·명품 의류 수수 및 수사·사법 절차 방해, 언론 매수 등의 부패 혐의로 2020년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일부 혐의는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본인은 극구 부인했다.
이스라엘 야권은 네타냐후 총리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가자지구 분쟁을 일부러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스라엘 대통령이 사면권을 보유하긴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구해줄 경우 법치주의 훼손과 정치 양극화를 심화할 거란 우려가 높다. 네타냐후의 혐의가 국가 안보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개인의 부패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 때문에 특히 그렇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사례를 자신이 미국에서 당했던 형사 고발에 비유하며 둘 다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도 네타냐후 총리 재판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협상을 어렵게 한다며 "비비(네타냐후의 애칭)를 놓아줘라! 그는 할 일이 많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가자 중재 덕분에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율 추락을 딛고 '정치적 회생'을 모색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하마스 무장해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2단계 휴전 협상이 난항에 빠질 경우 '네타냐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z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