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 분야 요원들도 이민단속 투입…마약·성범죄 수사 공백 생겨
중대 범죄 기소 건수 급감, 고참 요원들 줄사퇴… 공공 안전 '빨간불'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연방 수사기관의 본업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마약 밀매와 아동 성 착취, 조직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응하던 정예 요원들이 본업을 떠나 이민 단속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연방 기관들의 주요 범죄 기소 건수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공공 안전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에 불법 이민자 3000명을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연방수사국(FBI),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요원 수천 명이 본업이었던 범죄 수사에서 손을 떼고 이민자 추적 및 구금 작전에 동원됐다. 심지어 우편국 직원들까지 이 일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변화는 즉각적인 수사 공백으로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아동 인신매매범들을 추적하던 HSI 전담팀은 해체됐다. 캔자스주의 펜타닐 유통을 막던 태스크포스(TF)도 이민자 단속에 투입됐다. 주요 마약 밀매 경로로 알려진 남서부 국경 인근 고속도로의 검문소들은 인력 부족으로 텅 비었다.
한 관계자는 WSJ에 화물 검사를 전문으로 하던 국경순찰대 요원들마저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펜실베이니아 같은 주에 파견돼 서류 미비 노동자들을 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역량의 약화는 수치상으로도 드러났다. 시러큐스대학 사법기록연구소에 따르면 연방 기관들의 기소 의뢰 건수는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 5~6월 사이 기관별 기소 의뢰 건수는 마약단속국(DEA)이 10% 줄었고, 연방보안관실은 약 13%,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은 14% 급감했다.
특히 영장이나 대배심 증언이 필요한 아동 착취 사건들에 관한 기소는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실정이다.
이런 정책 변화는 일선 요원들의 극심한 사기 저하와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20년 경력의 전직 HSI 고위 관리인 오스카 하게실브는 "지금은 특수 요원이 되기에 그다지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최근 몇 달간 HSI 고참 요원 6명이 사임했으며, 로스앤젤레스(LA)와 애틀랜타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사임이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은 이런 비판에 대해 이민 단속이 공공안전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민법을 집행하고 불법 체류 외국인을 제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살인율 감소 등을 근거로 행정부가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법 이민이 모든 조직범죄의 근원이라는 접근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카토연구소의 데이비드 비어 이민연구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이민 단속을 통해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단순히 사람을 추방함으로써 마약 밀수와 성매매, 아동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9년에도 HSI 지부장 19명이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이던 커스틴 닐슨에게 서한을 보내 "HSI 요원들을 이민 단속에 투입하지 말라"고 촉구했었다. 요원들의 차출이 국제 범죄 조직 해체를 위한 노력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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