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李대통령, 트럼프에 조선·반도체 등 한미협력 잠재력 강조해야"

웬디 커틀러 "한미, 조선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AI 등 협력할 분야 많아"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요구 관련해 韓 한계도 솔직히 말할 필요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무역 전문가가 한미가 이견을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한미 무역합의 후속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조선뿐만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2일(현지시간) 방영된 한미경제연구소(KEI) 대담 프로그램인 '아이 온 코리아'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28년간 활동한 통상 전문가다.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달 말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커틀러는 "한미 협력 분야의 중요성과 잠재적 협력 가능성을 모두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커틀러는 "예를 들어 앞으로 몇 주 안에 미국은 중국 선박들이 미국 항구에 기항하는 것을 겨냥해 새로운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중국과 그들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조선산업을 육성할 인센티브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조선뿐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도 미국과 한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라고 말했다.

커틀러는 이어 "안타깝게도 무역협정의 일부 쟁점들이 이슈로 불거져 이러한 협력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솔직하게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싶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30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되,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도 수입하기로 하는 등의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방식을 놓고 한국은 대출 보증과 같은 금융지원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이해했지만, 미국 측은 최근 일본과 맺은 양해각서(MOU)처럼 보증이 아닌 현금 출자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측은 보유 외환이 4100억 달러에 불과한 데다, 국내총생산(GDP)의 20%에 가까운 금액을 현금으로 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이 대통령이 이같은 투자요구를 수용하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적 부담도 크다.

이날 대담에서 커틀러 부회장은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일본에 비해 한국은 자동차 외에도 반도체, 철강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에 더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232조에 따른 예외적인 품목 관세가 늘어나 상호관세를 낮추는 것을 주된 목표로 했던 무역 협정이 실익이 없어지면 결국 협정을 파기하는 위험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커틀러 부회장은 "만약 이번 협정들이 일부 232조 관세를 포함하지 못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비록 상호관세를 낮추더라도, 만약 특정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가 너무 큰 피해를 준다면, 과연 이런 프레임워크 협정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부분 주요국은 (미국이 요구한) 협정을 수용해 왔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언젠가는 '이 정도 양보를 강요받느니 차라리 협정 없이 가는 게 낫다'라고 결론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커틀러는 "한국은 미국과 7월 무역협정에서 자동차 관세를 일본, 유럽연합(EU)과 같은 15%로 낮췄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25%의 관세해 직면해 있고 이는 경쟁국인 일본과 EU에 비해 불리한 위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FTA 협정국인 한국은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관세가 0%였기 때문에 이는 매우 아이러니하다"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철강·알루미늄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약 등 여러 품목별 관세가 미국 측에는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완전히 다른 사업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질문에 커틀러는 "한국 협상팀은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수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정해놓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커틀러는 "미국과 한국은 동맹국이자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반도체, 조선,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협력을 원한다.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그래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커틀러는 최근 미국이 재검토를 위해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한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틀러는 "아시아가 멕시코, 캐나다, 미국과 맺고 있는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고려할 때 USMCA 재협상은 한국에 대미투자뿐만 멕시코, 캐나다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이 2일(현지시간) 방영된 한미경제연구소(KEI)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미 무역협정 후속 협상과 관련해 전망하고 있다.(KEI 방송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02.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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