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미라오스 "파월, 현 상황 '긴축적' 평가…추가 금리인하 열어둬"
증시 과열에 견제구 던진 파월 의장…추가 금리인하도 신중 모드
시장은 '과열 경고'로 받아들여…기술주 즉각 하락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워릭에서 열린 '그레이터 프로비던스 상공회의소 2025 경제 전망 오찬' 연설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과열 양상을 띠는 미 증시에 대해 견제구를 던졌다. 향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재차 보였지만 그렇다고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됐다.
AFP통신,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정책 결정을 할 때 시장 가격에 얼마나 중점을 두는지에 대한 질문에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살펴보고, 정책이 금융 여건에 대해 우리가 달성하려고 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문한다"며 "많은 지표에 따르면, 예를 들어 주식 가격은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금은 금융 안정성 위험이 고조된 시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 발언 이후 주요 미국 주가지수들은 모두 하락세로 거래됐다. 바로 전날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엔비디아와 오픈AI, 오라클, 애플까지 함께 주가가 함께 올랐는데 파월의 말로 이들 주가도 꺾였다.
파월 의장은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재 미국 경제에 관해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은 커지고 인플레이션은 상승하는 도전적인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너무 공격적으로 완화하면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과업을 미완성으로 남길 수 있고, 너무 오랫동안 긴축을 유지하면 노동 시장이 불필요하게 위축될 수 있다"며 "위험이 없는 길은 없다"고 토로했다.
연준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4.0~4.25%로 인하했지만, 파월은 여전히 다소 긴축적인 수준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했다. 특히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움직임이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발언은 이런 그의 태도를 다시 보여준 것이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연준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티미라오스 기자는 일주일 전 금리 인하에도 파월 의장이 여전히 “현재의 금리 기조가 여전히 다소 긴축적(restrictive)”이라고 평가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분석했다.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노동 시장을 불필요하게 약화할 수 있다는 말까지 합치면 이는 최근의 노동시장 둔화가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경우, 추가 인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다만 티미라오스 기자는 파월 의장이 위원들 간 의견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고용과 수요가 더 명확히 둔화하지 않는 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파월 의장은 10월 28~29일 예정된 다음 FOMC 회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힌트를 피했지만,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는 “정책이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를 판단하고, 아니라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FOMC에서 제출된 전망에 따르면, 연준 위원 중 과반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하며, 이는 10월과 12월 회의에서 연속적인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은 고용 시장 악화를 막기 위해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마이런 이사는 현재 금리가 "매우 긴축적"이라며 약 2%포인트 낮은 수준이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반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돈다며 섣부른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관련한 정치적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은 피했지만, 연준이 정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런 시각은 단순한 비열한 공격(cheap shot)”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당시 연준이 비상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하며, "이 두 가지 독특하고 매우 큰 충격에도 미국 경제는 전 세계 다른 주요 선진국들만큼, 또는 그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어왔다"고 평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한편 파월의 주가 고평가 발언과 관련해서 CNBC의 제프 콕스 기자는 파월 의장이 자산 가격이 높다면서도 금융 안정성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이를 ‘과열 경고’로 받아들였다고 보았다.
금융 데이터 및 콘텐츠 배포 플랫폼인 파이낸셜콘텐츠서비스는 연준이 자산 가격 부양보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파월의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경고등'을 켰다며 나스닥이 1% 하락하며 기술주 중심의 조정이 즉각적으로 나타났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 부문은 장 한때 0.9% 상승하면서 더 높은 금리일수록 유리한 금융주 특징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금리인하 신중론을 보여준 그의 발언도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를 다소 꺾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파월의 발언이 연준이 당분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라며 아직 시장은 10월 인하 가능성을 90%로 보고 있지만 이것이 재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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