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물쇠 걸면서 '월드컵·올림픽 초청'…"수많은 세계인 오길"

비자 수수료 인상·비자 기간 제한 등 강경책에 관광객 수 감소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를 향해 내년에 열릴 '북중미 월드컵'과 2028년에 열릴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초청할 뜻을 밝혔다.

미국 입국을 강하게 단속하면서 한 편으론 스포츠 행사 계기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총회에서 내년에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맞이한다며 "우리는 2026년 월드컵을 자랑스럽게 개최하고, 이어서 2028년 올림픽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다. 모두 오시길 바란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초청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 입국은 점점 더 비싸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강경 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문직 비자인 'H-1B'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 미만에서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100배 인상했다.

또한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국을 대상으로 한 전자여행허가제도(ESTA) 수수료도 이달 말부터 21달러(약 3만 원)에서 40달러(약 5만 6000원)로 인상할 계획이다.

VWP 미가입국을 대상으로 유학, 취업 등 비이민 비자로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비자 무결성 수수료'(visa integrity fee) 250달러(약 35만 원)를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달엔 미국 국토안보부가 유학생, 언론인 등에 대해 발급한 비자 기간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입국 장벽을 높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미국 여행을 주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서도 최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주 공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되어 구금되면서 미국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조치에 전통적으로 월드컵을 많이 찾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을 찾은 해외 방문객 수는 약 350만 명으로 전년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냈다. 이는 올해 들어 월간 방문객 수가 감소한 것은 여섯 번째로 세계적으로 관광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흐름과는 반대다.

미국은 올해 연간 입국자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인 7940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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