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송전' NYT CEO "협박 굴복 안해…사실 향해 나아갈 것"

트럼프, 엡스타인 보도 문제삼아 21조원 규모 소송
전문가들 "소송 법적 근거 없어…막대한 비용 부담시켜 비판보도 억압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2박3일 일정의 영국 국빈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2025.09.16.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소송전을 맞닥뜨린 뉴욕타임스(NYT)의 메레디스 코핏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언론 작전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사는 이에 위축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코핏 CEO는 FT 콘퍼런스에서 "이번 소송은 법적으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제기 이후 첫 공개 발언이다.

또한 "반(反)언론 전략(playbook)이 존재한다. 튀르키예, 헝가리, 인도에도 선거는 있지만 정권에 대한 반대를 억누르려는 노력이 분명히 있다"며 "그곳에서 반언론 전략은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 독립 언론의 신뢰성 훼손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보는 것도 그런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송이) 그런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며 "NYT는 사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계속 추적할 것이고, 그것이 불편한 곳으로 향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NYT가 명예훼손을 했다며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에 15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프리 엡스타인과 교류해 왔다는 의혹을 NYT가 보도하자 정정 보도와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소송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수정헌법 제1조 전문가인 레베카 터슈넷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이번 소송은 진실과 미국 국민, 사법 절차, 그리고 미국의 전통에서 우리가 존중해야 할 모든 것에 대한 경멸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로넬 앤더슨 존스 유타대학 법학 교수는 "이 소송의 실체적 타당성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주요 목표는 언론을 겨냥한 선언문 역할을 하는 법적 문서를 제출하는 것, 방어에 막대한 비용이 들게 하는 것, 비판적 탐사보도를 하는 출처를 압박할 지렛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ABC뉴스와 CBS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 합의하기로 하고 각각 1500만 달러(약 210억 원), 16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대통령 도서관에 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제기한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소송은 진행 중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