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인 전문 인력 환영" 사실상 잘못 시인[시나쿨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노동자 300여 명에게 쇠사슬을 채운 뒤 뒤늦게 기술 이전을 위한 외국인 숙련 노동자를 환영한다고 밝혀 자가당착(自家撞着,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되는 상황)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에 있는 한국의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을 포함, 약 500명을 불법 노동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트럼프는 사건 직후 “이민 당국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10일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전문 인력을 데려와 미국인 노동자를 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를 제조하는 외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에 진출할 때, 나는 그들이 일정 기간 전문 인력을 동반해 우리 국민에게 제품의 제조법을 가르치고 훈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만약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컴퓨터, 선박 등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는 애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나는 외국이나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겁주거나 위축시키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들을 환영하며, 그들로부터 배우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한 것이다. ‘정당한 법 집행’에서 ‘외국의 숙련 노동자를 환영한다’고 표변했다.

사실상 자신이 잘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는 그의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를 웅변하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외국의 투자를 원한다면 당연히 사전에 관련 비자 제도를 정비, 숙련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내주었어야 했다.

관련 비자가 나오지 않자 한국의 노동자들은 편법으로 임시 비자를 이용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이같은 현황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를 통해 비로소 현황을 알자 외국인 숙련 노동자를 환영한다고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같은 현황을 알고도 단속을 강행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단속에 충격을 받고 미국 투자를 재고하자 재빠르게 태도를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또 외국 투자 유치와 외국인 노동자 추방이라는 모순된 의제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위해 각종 노동 현장에서 외국인을 단속하고 있다.

지난 12일 시카고에서 불법 노동을 하던 멕시코 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당연히 외국인 노동자도 환영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원하면서 외국인을 노동 현장에서 몰아내려는 그의 정책은 이율배반의 극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난맥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삽화다.

그런데, 국내 극우 유튜버들은 조지아주 공장 사태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친중 노선에 대한 경고" "기독교 탄압에 대한 보복"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구하러 올 것"이란 황당무계한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실수를 이재명 정부를 폄훼하는 호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부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은 14일 한국에서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만나 조지아주 사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빠른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9.14/뉴스1

미국을 대표한 고위 관리가 한국 노동자 체포 사태와 관련, 정식으로 사과한 것이다.

국내 극우 유튜버들은 이래도 미국의 보복을 운운할까?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적전분열이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