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서류 보여줘도 마구잡이 체포했다"…美설명 뒤집는 증언들

CNN, 남미 출신 근로자 가족 증언 보도…"서류 검토도 없이 끌고 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남동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수백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취업허가증을 소지한 노동자들도 마구잡이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이 유효한 법적 서류를 제시했지만, ICE 직원이 이를 무시하고는 구금 버스로 보냈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 애틀랜타에서 약 40km 떨어진 소도시인 서배너에 위치한 이 공장 급습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직장 단속으로 기록됐다. 한국인 근로자 약 300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한 미국 이민단속 당국은 이들이 모두 불법 체류자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CNN는 지적했다.

콜롬비아 출신 이주민 루스 다리 수아레스는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남편에게 미리 알렸지만, 남편은 "서류가 다 갖춰져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체포돼 구금 상태에 있으며,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신분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ICE 측은 "모든 노동자와 면담을 통해 합법 체류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CNN과 인터뷰한 가족들은 "합법적인 취업 허가를 가진 사람들도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수아레스는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2년 전 미국에 입국했으며, 현재 망명 신청이 진행 중이다. 남편은 "서류를 보여줬지만 단속 요원들이 서류를 검토하지도 않고 체포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출신 산티아고 역시 베네수엘라 출신 아내 카밀라가 단속 중 체포됐다. 카밀라는 "쉬는 시간에 갑자기 ICE 요원들이 들이닥쳐 모두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카밀라의 증언에 따르면 ICE 직원들은 공장 근로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재빨리 다가왔지만, 사람들이 서류를 보여줘도 보지도 않고 체포했다.

산티아고는 "공장에서 일하려면 반드시 합법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며 아내가 서류를 보여줬지만 "담당 요원이 '서류 없음'이라고 표시하고 ICE 버스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 국토안보부 수사국 특별수사관 스티븐 슈랭크는 구금된 475명 모두 불법 체류자였다고 말하며, 일부는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했고, 일부는 비자 면제로 들어와 취업이 금지됐는데도 일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비자 기한을 초과해 체류했다고 밝혔다.

동남부 조지아 한인회 제임스 림 회장은 현장에 있는 한국인 중 상당수가 건설 노동자나 숙련된 기술자라면서 CNN에 "법적으로 처리되고, 존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단속 이후 구금자들의 처리 절차가 지연되면서 가족들의 고통도 커졌다. 수아레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고, 모든 걸 제대로 했는데도 위험에 처한다는 게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여행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티아고는 "우리는 쫓기려고 온 게 아니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해서 먹고 산다. 이렇게 쫓기며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kym@news1.kr